노지원씨만 임원직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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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씨가 임원으로 재직하던 우전시스텍이 지난해 10월 무한창투에 넘어갈 때 노씨를 제외한 6명의 임원 모두 물러난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이 때문에 당시 무한창투가 노씨만 특별 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전시스텍 관계자는 "당시 노씨가 더 다니게 해달라고 해 노씨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우전시스텍과의 주식 교환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뒷문 상장)한 '바다이야기' 판매회사 지코프라임은 지난해 4월 만들어진 회사로 확인됐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설립한 지 3년이 지나야 하지만, 지코프라임은 설립된 지 1년여 만인 올 5월 우전시스텍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비상장사인 지코프라임 주식 전체를 우전시스텍 주식과 교환하는 것)으로 우회상장한 것이다.

주식 교환으로 우전시스텍의 대주주가 된 지코프라임의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우전시스텍의 주가는 지코프라임과의 주식 교환을 공시한 5월 23일 14.63% 폭등하며 주당 3135원(액면가 500원)을 기록했으나 정부의 사행성 게임장 규제 방침이 나온 이후 하락해 현재 17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코프라임의 우회상장은 특히 금융감독원이 코스닥시장의 우회 상장 요건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금감원은 5월 9일 우회상장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시행 시점은 6월 26일. 여기엔 주식 교환을 통해 우회 상장하려는 회사도 신규 상장에 준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코프라임의 경우 다른 요건은 따질 것도 없이 '설립 후 3년'이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상황이다.

그러나 지코프라임은 개선안 시행 이전인 5월 24일 우전시스텍과의 주식 교환 신청서를 냈다. 이어 우전시스텍은 7월 6일 주주총회를 열어 양사의 주식 교환을 승인했고, 8월 8일 실제 주식 교환이 이뤄져 우회상장이 마무리됐다. 우회상장이 마무리된 시점을 기준으로 강화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 규정은 소급 적용 논란을 없애기 위해 기업이 주식 교환 신청서를 제출한 시점에 적용된다"며 "따라서 개정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주식 교환 신청서를 낸 지코프라임은 종전 규정을 적용받아 우회상장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코프라임은 이미 주식 교환까지 마쳤기 때문에 금감원의 별도 조사나 재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우회상장한 회사들 중 이 회사보다 사정이 나쁜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감원이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5월 9일부터 개정안 시행 시점(6월 26일)까지 주식 교환, 인수.양도 등을 통해 비상장사가 우회상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20건에 이른다.

최준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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