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등산화 신고 등산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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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등산객들은 비싼 정통 등산복·등산화 보다는 기능성은 갖추면서도 가볍고 싼 트레팅 라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등산하려면 우선 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잖아."

"히말라야 갈 건 아니잖아. 발이 편하고 싼 게 좋아."

금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노스페이스 매장. 50대로 보이는 두 신사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다음날 북한산 등반을 앞두고 신발을 사러 왔으나 등산화냐 트레킹화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조금 후 이들은 종업원을 불러 장단점에 대해 물어보고서야 두말 않고 트레킹화 한 켤레씩을 사서 나갔다.

주말 두세 시간 산행하는데 등산화는 무거워요-. 등산화 대신 트레킹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트레킹화는 일반 등산화처럼 딱딱하거나 발목부분이 길지 않다.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 발의 보호 기능은 일반 등산화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활동하기 편하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아마추어 등산객들은 대개 지형이 나쁜 고산 지대를 등반하는 게 아니다. 인근 산을 찾는 때가 더 많다. 때문에 굳이 착용감도 떨어지는 고기능성 등산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산행 시 발이 편하고 스타일도 좋고 값도 싼 트레킹화를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등산 뿐만 아니라 낚시 등 다른 레저 활동에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어 좋다.

등산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등산 마니아들은 1~2년 전만해도 값비싼 고기능성 소재의 등산복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활동성과 디자인이 강조된 중저가의 트레킹 라인을 많이 찾고 있다.

버그하우스 관계자는 "아웃도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과시형에서 실속형으로 바뀌면서 최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기본 기능에 활동성과 디자인이 강화된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능성 아웃도어 용품은 히말라야 등 고산 정복이나 암벽.빙벽 등 극한의 환경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고기능성 제품이 좋기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굳이 갖춰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활동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라인이라고 해서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수.투습 등 아웃도어의 기본 기능은 두루 갖췄다.

노스페이스가 가을 신상품으로 출시한 트레킹화 '어코어드(Accord)'는 '투 웨이 레이싱'(2way lacing) 기법을 채용, 발과 신발의 밀착감을 높였다. 오래 걸어도 기존 등산화보다 피로감이 덜하다. 이탈리아 비브람社와 기술제휴로 개발한 '하프 돔' 밑창을 채용해 '논 슬립'(Non Slip.미끄럼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가격은 19만원이다.

이 회사가 최근 출시한 새 가을 재킷 '유니버설 스트레치 인퓨전'은 신축성이 좋은 고어텍스 XCR 소재를 사용해 면 티셔츠를 입은 듯 활동이 자유롭다.

인퓨전.CWS 등 첨단 공법으로 만들어 내구성 및 방수기능을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겨드랑이 부분은 통풍이 잘되게 디자인해 산행 후 땀이나 열기를 빠르게 내보낼 수 있다. 가격은 69만 원이다.

버그하우스는 40년 된 영국의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다. 이 회사는 '편안한 유러피언 스타일'이라는 콘셉트로 최근 트레킹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트레킹 라인 제품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은 유지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을 채용해 등산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야외 활동에 두루 입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이 회사가 최근 출시한 트레킹 라인의 가을 재킷은 기존 고어텍스보다 15% 정도 가벼운 '고어텍스 팩라이트' 소재를 사용했다.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간편하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다. 가격은 남성용이 45만 원, 여성용이 35만 원이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영원'은 활동성과 내마모성을 강화한 가을 신상품을 최근 내놨다. 재킷은 땀을 흡수해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 일교차가 큰 가을철 산행 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격은 32만~36만 원이다.

이 회사는 최근 에어매시 소재를 채용한 트레킹화도 출시했다. 러닝화처럼 가볍지만 이중 충격흡수 밑창을 채용해 발에 전달되는 충격을 35%까지 감소시켰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가격은 13만 원대다.

◇트레킹(Tracking)=등산로를 따라 느긋하게 산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꼭 산의 정상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주위 풍광을 감상하며 산행 자체를 즐기는 데 의미를 둔다. 보행 거리는 15~20㎞ 정도로 우리나라 등산코스는 대부분 트레킹 코스에 해당한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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