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시간 없다" 긴장된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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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쁠 땔수록 덤비지 말자>
○…27일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제7차 실무 접촉에서 양측대표들은 이번이 남북 고향 방문단과 예술공연 단 연내 교환의 성사여부를 판가름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인지 전보다 상당히 긴장된 모습.
오전 10시 양측 대표가 회담 장에 입장한 뒤 우리측 송영대 수석 대표가 『궂은 날씨에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했다』고 먼저 인사를 건네자 북한 측 박영수 단장도 『남쪽에도 비가 많이 왔느냐』며 『평양에는 어제 낮부터 비가 왔는데 오늘 새벽부터는 날이 갰고 저녁에는 눈이 온다더라』고 인사.
이어 우리측 송 수석대표가 『고향 방문단 연내 교환 문제를 오늘 중으로 타결하자』고 본론으로 들어갈 것을 권유하며 『지난 번 접촉에서 타결을 못 짓자 우리겨레, 특히 이산가족들은 대단히 실망했으면서도 또 한번의 기대와 희망을 갖고 오늘 접촉을 가슴 조이며 지켜보고 있다』고 타결을 촉구.
송 수석 대표가 『방문단 교환 날씨가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시기적 촉박 성을 고려해 어떻게든 오늘 중으로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하자 북한 측 박 단장은 『문제가 복잡하고 바쁠 때일수록 성공을 위해 덤비지 말고 차근차근 해결 방도를 찾자』며『나는 낙관론자라서 결심만 하면 못 해내는 일이 없다』고 응대했으나 양측은 지난번 같이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약 5분간의 짧은 환담을 끝내고 송 대표가 『더 이상 물러설 날짜도 없다. 전과 마찬가지로 바로 비공개 회담을 시작하자』고 제안하자 북측도 이에 동의.

<남북 기자 어두운 표정>
○…회담 장 주변에 모인 남북 양측 기자들도 지난 6차 접촉에서 예술단 규모에 합의해 놓고도 세부사항에서 타결을 보지 못한 것을 의식한 듯 다소 어두운 표정.
우리측 기자들이 회담 전망을 묻자 북측기자들은 처음에는 대답을 꺼리다가 『공연내용·횟수·시간 등이 오늘 회담의 성사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
중앙통신의 한 기자는 『가극 「꽃 파는 처녀」는 권선징악적인 주제를 담고있어 우리 고전 물인 「흥부와 놀부」와 비슷하다』며 『영국·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 순회공연을 다녔으며 심지어 일제 탄압에 항거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도 일본에서도 공연한바 있는데 문제될 것이 전혀 없지 않느냐』고 작품의 순수성을 설명.
이 기자는 또 『「꽃 파는 처녀」는 함경남도 예술단이 처음 공연한 이래 지난 수십 년 간 만수대 예술단·피바다 가극단과 각도 예술단 등에 의해 공연돼온 대표적 작품』이라며 『남측에서 출연 인원 3백 명이 많다고 말하지만 「낙원의 노래」같은 작품은 5천명이 출연한다』고 부연.

<판문점=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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