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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동중단” 文 내부망 댓글에…월성 조기폐쇄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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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8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보고망에 남긴 한 댓글에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이 촉발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댓글로 원전 영구 가동 중단을 독려하는 듯한 질문을 한 이후 경제성 하향 조작, 조기 폐쇄로 이어졌다는 흐름이다. 이 같은 내용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2018년 4월 2일 당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되어 정비기간을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당일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본 사실은 알려졌지만, 명시적으로 댓글을 단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채희봉 “文 하문 내용 빨리 산업부에 전달하고 보고 받아라”

그 직후 김모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은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 문 대통령의 댓글 내용을 전달했고, 채 비서관은 “대통령께 빨리 보고해야 하니까 산업부에 연락해 대통령께서 하문(下問)하신 내용을 전달하라”라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 및 향후 계획을 산업부가 장·차관까지 보고한 입장을 전달받아라”라고 지시했다는 게 공소장의 내용이다.

그날 오후 채 비서관은 추가로 김 행정관에게 “대통령은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며 “산업부에서 잘 챙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틀 뒤 “즉시가동중단”, 홍장표·장하성·임종석 거쳐 文에 보고

다음 날인 3일 산업부 내에선 백 장관이 정모 원전산업정책 과장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라는 보고를 받자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너 죽을래”라고 화를 내면서다. 하루 뒤인 4일 정 과장은 지시대로 수정한 보고서를 백 장관에게 제출했고 백 장관은 “진작 이렇게 만들어 올 것이지”라며 만족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다.

같은 날 채 비서관은 산업부가 만든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 보고서를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현 KDI 원장), 장하성 정책실장(현 주중대사), 임종석 비서실장(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중간 결재를 받은 뒤 문 대통령에 전했다고 한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9일 대전구치소를 나서는 중이다. 구속 심사에서 기각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9일 대전구치소를 나서는 중이다. 구속 심사에서 기각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제성평가·이사회리스크’ 우려에 靑 “文, 다 확정된 것으로 생각”

산업부 내부에선 즉시 가동 중단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5일 정 과장은 청와대 김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성 평가도 만만치 않고 이사회 리스크도 있다”며 “이런 내용을 VIP(문 대통령)도 알고 계시냐”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쓰여 있다. 김 행정관은 “(문 대통령은) 다 확정된 것으로 생각하고 계실 텐데”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모두 문 대통령의 댓글 작성 이후 사흘동안 벌어진 일이다. 이때 결정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에 이어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원 이사회의 ‘즉시 가동 중단’ 의결을 낳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올해 6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해선 1481억원의 배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하려고 했지만,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제동으로 보류됐다. 이달 18일 열린 수심위는 9대 6으로 “불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검찰은 이 의견을 따를지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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