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와 남자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나란히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시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앉은 것도 똑같다.
여자 배구는 6일 브라질에 0-3으로 패하며 한계를 절감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는 일본과 준결승에서 패한 데 이어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도 무릎을 꿇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겉보기엔 크게 다를 게 없는 패배지만 두 팀을 향한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 배구 향한 박수
배구 대표팀은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팬들은‘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뜻의 신조어)라며 위로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겐 금메달”, “지금까지도 너무 멋진 경기”, “기적적으로 이겨서 동메달 따길”, “부상 조심”, “4강까지 와준 것도 고맙다” 등 팬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에 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홈팀인 일본과 예선전과 한 수 위로 평가받은 터키와의 8강전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 것에 반해 배구 팬이 됐다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야구엔 비난 쇄도 “군 혜택 반대” 청원도 등장
반면 야구 대표팀에는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더라도 군 면제 혜택을 주지 말아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의 병역특례법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됐고, 올림픽 동메달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받을 경우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며 “과연 도쿄올림픽에서 야구팀이 국위 선양을 했다고 누가 생각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선수들이 병역 혜택만 신경 쓰고 있다는 오해도 사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패자 준결승에서 미국에 패한 뒤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려고 오지 않았고, 국민과 팬들께 납득 가는 경기를 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적지않은 팬들이 이 발언을 수긍하지 않았다.
“동메달이라도 땄으면 좋겠다”, “본인들은 얼마나 더 속상할까”라며 응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믿을 건 배구밖에 없다”, “이러고 동메달 따면 혜택 다 받냐”라며 실망을 감추지 않는 팬도 많다.
야구 대표팀은 대회 이전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숙소에서 여러 명이 모여 술을 마시며 방역수칙을 어긴 게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자배구는 8일 오전 9시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야구는 7일 낮 12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