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 안쓰럽다"는 스승, 그에게 폰 만지지 말라 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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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 김우진, 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8강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07.26 도쿄=사진공동취재단A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8강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07.26 도쿄=사진공동취재단A

"코리아 파이팅!"  

쩌렁쩌렁한 기합으로 화제를 모은 '천재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의 포효는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자신의 긴장을 풀기 위한 외침이라는 스승의 증언이 나왔다.

김제덕의 스승인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덕이가) '파이팅' 하고 이런 걸 보니까 좀 안쓰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상대가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제덕이가 상대 멘탈을 흔들려고 한 건 아니고 긴장감을 좀 풀려고 '파이팅'을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제덕은 지난 24일 안산(20·광주여대)과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에 이어 이날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과 팀을 이뤄 나간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도 경기 내내 "코리아 파이팅!" 을 외치며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황 코치는 "(긴장을 풀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좀 그랬다"며 "대회 나가기 전 특별 훈련을 할 때부터 '파이팅' 소리치면서 스스로 긴장을 풀려고 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벌써부터 그 긴장감을 겪는다는 게 좀 안쓰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대표해서 나갔고 거기에 대한 책임감도 있기 때문에 (제덕이가) 그런 부분을 얘기했었다"고 덧붙였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왼쪽)과 안산 선수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1.07.24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V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왼쪽)과 안산 선수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1.07.24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V

황 코치는 혼성 단체전 직후 이뤄진 김제덕과 통화에서 "휴대폰 많이 만지지 말고 댓글 같은 거 읽지 말라고 말했다"는 사연도 전했다.

황 코치는 "저는 제덕이가 왜 '파이팅'을 외치는지 아는데 그걸 모르는 분들이 (댓글에) '시끄럽다'고 다는 걸 보고,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고 남은 경기들 잘해야 하는데 혹시나 방해될까 싶어서 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황 코치는 김제덕이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양궁을 배우기 시작한 일화도 공개했다.

황 코치는 "제덕이가 학교에서 원리원칙도 많이 따지고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다"며 "학교 선생님이 양궁장에 가서 좀 침착하게 하는 것도 배워라 하고 보냈는데 1년 반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다 휩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완벽하게 캐치할 때까지 끝까지 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며 "해결이 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물고 늘어지고, 선생님들도 피곤할 정도로 훈련을 그렇게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황 코치는 또 김제덕이 완벽주의 성향을 지녔다고 했다. 황 코치는 "모든 게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 본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훈련했다"며 "많게는 700발에서 1000발까지, 밤 10시, 12시까지 본인이 마음 풀릴 때까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무조건 발수량 줄이고 꾸준히 하는 연습을 시켰다"며 "주말에도 쉬지 않고 그냥 매일 200발, 300발씩 쏘는 대신 꾸준히 하는 걸 연습을 많이 시켰다"고 했다.

이어 "또 어깨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까지 본인의 스타일로 오랫동안 활을 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많이 알려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또 "제덕이가 환경이,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데 아버님이 몸이 좀 안 좋으시다"며 "그러다 보니 (마음이 더 쓰여)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좀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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