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일 무산에 이어 한·일 외교차관 회담도 ‘냉랭’…과거사 입장차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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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가졌다. 두 차관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이후 싸늘해진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약 2m를 거리에 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회담장 입구에서 만난 두 차관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뉴스1]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가졌다. 두 차관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이후 싸늘해진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약 2m를 거리에 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회담장 입구에서 만난 두 차관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뉴스1]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모리 다케오(森健良) 외무성 사무차관과 약 90분간 회담을 가졌지만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이후 한층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도쿄에 위치한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만난 한·일 외교차관은 악수조차 나누지 않은 채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이후 곧장 회담에 돌입했다.

당초 이날 회담에선 문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 한·일 실무협의 과정에서 논의됐던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등 이른바 3대 현안이 다시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그간의 논의를 통해 양국의 이견이 다소 좁혀진 만큼 이날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회담 직후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엔 “한일 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 외에 양측이 합의를 이뤘다는 일체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최 차관은 이날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과 관련 재차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최 차관은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였던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이 이날 외교차관 회담 분위기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무산된 여파가 한일 현안을 둘러싼 실무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 20일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외무상 사무차관은 이견만 재확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무산된 여파가 한일 현안을 둘러싼 실무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 20일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외무상 사무차관은 이견만 재확인했다. [연합뉴스]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 갈등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최 차관은 모리 차관에게 “과거사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는 점을 강조한 데 이어 “일본 측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에)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한 모리 차관의 답변에 대해 외교부는 “양국 간 현안 관련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한 최 차관의 입장에 대해 모리 차관 역시 ‘과거사 문제와 관련 한국이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의미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두 차관은 한·미·일 3국 협력 의지에 대해서는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양 차관은 고위급 인사교류, 한·미·일 3국 협력, 코로나19 상황 하 양국 국민의 편익 증진을 위한 실질 협력 방안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튿날엔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개최된다. 3국 외교차관이 참석하는 협의회가 열리는 건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최 차관은 이날 일본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실무총책이라 할 수 있는 수장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의미 있는 기회”라며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견인하고 설득하고 협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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