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 규모싸고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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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김두우 기자】남북「적십자 5차 실무대표접촉이 13일 오전10시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에서 열려 예술공연단 규모와 TV실황중계 문제 등을 협의했으나 예술단 규모에 있어 남북한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관계기사 2면>
우리측은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양측이 이견을 보여온 예술단의 TV중계방식에 있어 정치선전적 내용을 배제한다는 전제하에 북측의 주장대로 TV실황중계를 할 수 있으며 예술단 규모에서도 종전의 2백 50명에서 2백명으로 줄였을 뿐 더 이상 절충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일괄타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12월8일로 합의된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교환은 시일이 너무 촉박한데다 우리측의 대폭양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이 최소한의 성의마저 보이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오는 21일 체6차 실무대표접촉을 갖고 마지막 절충을 벌이기로 했다. 북측은 이날 2∼4차 접촉까지의 관례를 깨고 회담을 공개리에 진행하자고제의, 양측이 설전을 벌였으며 제6차 접촉 시기결정에 있어서도 우리측이 시일의 촉박함을 들어 이날오후 또는 14일,17일 등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21일을 고집했다.
우리측은 지난 9월27일 1차접촉 이후 북한측의 주장인 ▲선고항방문단 교환-후본회담 개최 ▲서울과 평양으로 방문지를 국한 ▲방문기간도 3박4일로 하며 ▲방문단 규모에 있어 취재기자 30명, 지원인원 40명 등으로 하는 안을 모두 받아들였으며 예술단 규모에서도 당초 50명에서 1백 20명까지 늘리는 수정안을 제시했었다.
이에 반해 북한측은 지금까지 예술공연단 규모를 당초 3백명에서 2백명으로 축소하는 수정안 이외에 일체의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었다.
우리측의 한 당국자는 『양측의 최대 갱점사항인 예술단 공연 TV실황중계를 우리가 받아들였고 예술단규모 역시 늘릴 수 있다는 타협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음에도 불구, 북측이 예술단규모 문제로 타결을 회피하는 것은 성사시킬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동독의 베를린국경 전면개방 등 최근 공산권의 엄청난 개혁 및 개방화조치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근베를린 장벽의 전면개방 등 국제정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5차 접촉실무대표들에게 고향방문단교환성사문제를 이날 회담에서 마무리지을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송영태수석대표는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우리측은 공연단 규모를1백20명∼2백명 사이에서 절충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그러나 북측이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규모에 있어서 상호주의에 어긋난 편의주의를 또다시 들고 나온 점으로 미루어 다음번 접촉에서의 성사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영수 북측 단장도 기자회견에서 『남측이 TV실황중계를 수락한 것은 양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고 『예술단 규모 2백명은 남북서로가 최고수준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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