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서 ‘학력’ 빼자던 교육부, 의견 철회…"차별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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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상 차별금지 대상에 '학력'을 포함하는 방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학벌은 합리적 차별 요소'라던 기존 입장을 한 달도 안 돼 뒤집은 셈이다. 다만 교육부는 학력을 따져야 하는 예외 사유를 둬야 한다는 보완 의견도 남겼다.

14일 교육부가 공개한 '차별금지법안 검토의견'에 따르면, 차별 범위를 규정한 제3조 1항에 대해 '학력을 포함하는 것에 이견 없음'이라고 명시됐다. 교육부는 검토 사유에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육부 입장을 묻는 질의에 유 부총리는 “합리적 이유 없는 학력 차별은 금지돼야 하고 입법 취지에 동의하고 이견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학력을 포함해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민족 ▶성적지향 ▶종교 ▶고용형태 ▶건강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달 국회 법사위에 검토 의견을 내면서 학력을 차별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데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당시 교육부는 검토 의견에서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력을 대신해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의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력에 의한 차별을 법률로 규제할 경우 과도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한 대기업 인적성 시험장에 들어서는 응시생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한 대기업 인적성 시험장에 들어서는 응시생들. 연합뉴스

하지만 교육부가 학력이 합리적 차별 요소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장혜영 의원은 "학력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을 잘 알고, 이를 개선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가 '학력은 노력 문제'라는 의견을 낸 건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교조 등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 수장인 유은혜 부총리가 2019년 '학력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호한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이 잇따르면서 교육부는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교육 등의 활동에 적용된다. 석·박사급 학위를 요구하는 채용이나 상급 교육기관 진학 규정이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교육부도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상급 학교 진학 시 정상적인 학업 수행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가 자격 취득에 학력이 필요한 경우" 등을 예시로 들면서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성별 차별 금지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성별을 이유로 지원·입학·편입을 금지하거나 교육활동에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원안대로 법이 공포되면 성별을 이유로 입학을 막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남학교나 여학교를 위한 예외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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