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레고 장난감총…"가장 사악한 총기 개조" 美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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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장난감 블록으로 꾸민 '글록' 권총

어린이 장난감 블록으로 꾸민 '글록' 권총

총기 커스터마이징 업체, 레고 꾸밈 상품 #진짜 권총을 장난감처럼…안전사고 우려 #총같은 장난감 불법, 장난감 같은 총 합법 #"사격 즐거움 선사"…원조 레고 "판매 중단"

미국 유타주의 총기 커스터마이징 업체 ‘컬퍼 프리시젼’가 지난주 '레고' 블록으로 권총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내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업체는 빨강, 노랑, 파란색 블록으로 '글록' 모델 권총을 치장해주는 상품 ‘블록 19’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어린이 장난감 권총과 모양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우리는 지난 30년간 블록으로 총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해 엄마를 짜증 나게 만들고 싶다”고 상품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격 스포츠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란 게 있다”면서 “사격 종목은 엄청나게 재미있다(SUPER FUN)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작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총은 재미있다. 총 쏘기도 재미있다”는 문구도 넣었다. 장난감처럼 꾸며주는 가격은 사양에 따라 549~765달러(약 60만~80만원)이다.

이 회사 브랜던 스캇 사장은 WP 인터뷰에서 “총기와 총 쏘기의 재미를 알리는 데 디자인 초점을 뒀다”면서 “언론과 총기 규제 주의자들은 오발 사고에 천착한 나머지 즐거움을 간과한다"고 말했다. 성인 고객의 어린 시절 환상을 충족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해마다 수만 명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만9380명이 총기에 의해 숨졌고, 3만9427명이 다쳤다.

특히 어린이들이 실수로 부모 총 방아쇠를 당겨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숨지게 하는 오발 사고도 잦다. 지난해 총에 맞은 17세 이하 어린이는 5100명을 넘었고, 그 중 약 1300명이 숨졌다.

어린이 권익 단체인 '칠드런스 디펜스 펀드'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460만 명이 총알이 장전되고 잠금 장치가 없는 곳에 보관한 총을 보유한 집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총기 판매가 급증하면서 사고도 증가하는 시점에 이 같은 상품이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총기 관련 블로그에는 “이게 사실이라면 가장 무책임한 총기 개조” “살상용 무기를 어린이 장난감처럼 보이게 한 것은 확실히 나쁜 생각” “진짜 총을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가장 멍청한 생각”이라는 비판 글이 주류다.

문제는 이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푸시노 변호사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 같은 개조는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연방법률은 총처럼 보이는 장난감 제조를 금지하지만, 총이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 뉴욕주 법은 총기를 다른 것으로 위장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뉴욕에서는 불법일 수 있지만, 다른 주는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레고 권총에 대한 제동은 뜻밖에도 '레고'에서 걸렸다.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는 컬퍼프리지선에 '블록19' 제조 중단 요구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스캇 사장은 레고라는 단어를 어디에도 쓰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지만, 레고 측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속 이 상품을 판매했다가는 레고 측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변호사 조언을 수용했다. 업체는 '레고 권총' 판매 수량을 공개하지 않은 채 20개는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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