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품에서 대성통곡…그런 獨소녀 조롱한 잉글랜드 축구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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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잉글랜드와 독일 간 신경전이 애꿎은 독일 소녀 축구팬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 패배의 아쉬움에 흘린 소녀의 눈물을 잉글랜드 일부 팬들이 조롱하면서다. 이에 잉글랜드의 한 남성이 소녀의 치유를 위해 모금 활동에 나섰다.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조엘 휴즈가 온라인 기부 사이트 '저스트기빙'에서 독일의 소녀 축구팬(왼쪽)을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활동. [저스트 기빙 화면 캡처]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조엘 휴즈가 온라인 기부 사이트 '저스트기빙'에서 독일의 소녀 축구팬(왼쪽)을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활동. [저스트 기빙 화면 캡처]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메트로는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조엘 휴즈가 한 독일 소녀를 돕기 위해 온라인 모금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휴즈가 온라인 기부 사이트인 '저스트기빙'에서 모금 활동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496명 참여해 2만5474파운드(약 3900만 원)가 모였다. 당초 휴즈의 목표액은 500파운드(약 78만 원)였다.

휴즈가 이 모금액으로 돕고 싶은 소녀는 지난달 30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독일과 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0 잉글랜드와 독일 16강전. 잉글랜드가 독일을 2-0으로 승리하자 잉글랜드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0 잉글랜드와 독일 16강전. 잉글랜드가 독일을 2-0으로 승리하자 잉글랜드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잉글랜드가 독일을 2-0으로 꺾고 환호하던 때 이 소녀는 아빠의 품에 안겨 대성통곡했다. 경기장 카메라가 그 모습을 포착해 전광판에 띄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소녀를 본 잉글랜드 팬들은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소녀의 슬픔을 비웃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잉글랜드 팬들이 승리의 기쁨에 취한 나머지 소녀의 다친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잉글랜드 팬들이 소셜 미디어(SNS)에 소녀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조롱 수위는 점차 높아지자 외국인과 어린이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축구 해설가 스탄 콜리모어와 게리 리네커도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 축구 해설가 스탄 콜리모어는 잉글랜드 일부 팬의 독일 소녀 조롱이 도를 넘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영국 축구 해설가 스탄 콜리모어는 잉글랜드 일부 팬의 독일 소녀 조롱이 도를 넘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사태를 지켜본 휴즈도 같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마음을 다쳤을 소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저스트기빙에 모금 활동을 시작하며 “소녀가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또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 혐오증이 더 심각해지는 분위기”라며 “소녀와 그 부모에게 모든 영국 사람이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휴즈는 현재 소녀와 그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그는 독일 언론과 접촉해 소녀의 부모와 연락이 닿을 방법을 찾고 있다. 휴즈는 “모금의 진짜 목적은 경제적 지원이 아닌 잉글랜드가 보여준 무례함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라며 소녀를 찾지 못할 경우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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