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갑질에 정신과 치료"…소방관은 소방서에서 투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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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부소방서 전경. 사진 대구 중부소방서

대구 중부소방서 전경. 사진 대구 중부소방서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다쳤다.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1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가 소방서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건물 햇빛 가림막에 걸리면서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 골절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원회(이하 대구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A씨의 투신이 직장 상사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부는 “피해자는 상급자인 소방경 B씨의 과도한 업무지시와 모욕적 언사, 고압적 자세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지금까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며 “지난해 대구시에 익명의 제보를 통해 해당 소방서의 갑질에 대한 투서가 있었음에도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 없이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소방관의 사명이라지만 최근 연이은 순직사고와 훈련 중 사고로 인해 사기가 움츠러든 소방관들에게 직장 상사의 갑질로 인한 직원의 투신사고는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지부는 “2018년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되는 일 처리로 대구소방본부장은 물론 해당 소방서장의 안일함이 불러온 사고”라며 갑질 소방관 파면, 해당 소방서장 감사관 발령 취소와 징계, 재방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사고 다음 날 바로 문제 된 직원들을 분리해 근무하도록 조치했으며, 그중 상위 계급자에 대해서는 조사 내용과는 별개로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1일 정기 인사에 다른 소방서로 인사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소방행정과장이 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진행 중인 감찰조사는 본 건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9일까지 신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는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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