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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인·밤 10시까지’ 1주일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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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수도권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일주일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식당·카페 등의 밤 10시 영업 제한이 7일까지 계속 유지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예정대로 1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가 적용된다.

델타변이 확산, 확진 800명 육박 #정부, 시행 8시간 앞두고 입장 바꿔 #전문가 “특별방역? 도대체 뭘 했나” #비수도권은 예정대로 방역 완화 #원어민 강사 등 확진자 213명 #델타변이 감염자 수 확인 못해 #전문가 “젊은층 확산세 심각 #선제적 대응 없이는 못 막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0일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을 1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일단 1일부터 시행하려던 거리두기 개편은 이어가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은 상황에 따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방역 완화 기조에 제동을 걸었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오전 중대본 회의) 이후 서울시에서 자치구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하에 일주일간 거리두기 체계 적용 유예를 결정하고 중대본에 이러한 내용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인천시 등도 상황을 공유받고 수도권 전체의 거리두기 개편을 1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대본 발표에 앞서 “서울시는 공동생활권인 경기·인천 수도권 지자체와 협의해 현 거리두기 체계를 일주일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엄중하고 위중한 위기 상황에서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즉시 적용하는 것은 더 큰 혼란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8일부터는 수도권에도 새 거리두기를 적용할 계획이다. 중대본은 “8~14일을 이행기간으로 두고 6인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고 15일부터 8인 모임을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1주간의 유행 상황을 보며 결정해야 하며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7월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개편에 따라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단계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수도권 델타변이 확산, 홍대 주점발 감염만 최소 9명

수도권 영어학원 집단감염의 최초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이 30일 오후 폐쇄돼 있다. 장진영 기자

수도권 영어학원 집단감염의 최초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이 30일 오후 폐쇄돼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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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경우 유흥시설 영업을 재개하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로 연장하고,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1일부터 첫 2주 동안은 6명, 그 뒤엔 8명까지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방역 전문가들은 인도발 델타 변이 확산과 낮은 접종완료율 등 위험 요소를 거론하며 “정부의 방역 완화가 너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역 완화 조치를 밀어붙였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24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국내 유행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다. 델타 변이 점유율 자체도 전체 변이의 10%가 안 되는 상황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리두기 개편을 계속 연기하면서 고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자영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이어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거리두기 개편을 하루 앞둔 30일 신규 확진자가 800명대에 육박하며 68일 만에 최다 수치를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내 발생 759명 중 수도권에서 83.1%(631명)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중대본은 거리두기 개편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개편 적용을 불과 8시간 앞두고 결국 입장을 바꿨다. 방역 완화 계획에 맞춰 영업을 준비해 온 식당·카페·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업주 등의 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급한 방역 대응을 비판하면서 “최소 몇 주간 방역 완화 조치를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일부터 시행하려던 방역 완화 조치가 한꺼번에 진행되면 국민에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백신 접종의 경우 사망률 감소에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지만, 확산 차단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과 젊은 층의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신중한 방역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 좋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조급한 결정으로 번번이 날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며 “이번 방역을 기획한 자들은 각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산세가 늘어나면 결국 젊은 층이 고령층을 다시 감염시키게 된다. 정부는 고령층이 어느 정도 백신을 맞았으니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는 건데 100% 다 맞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거리두기 완화책이 본격 시행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세가 커질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세에는 델타 변이도 영향을 줬을 거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라밤바)에서 시작돼 경기도 내 6곳의 어학원으로 퍼진 집단감염에서도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9건 확인됐다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30일 밝혔다. 해당 집단에서는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난달 24일 이후 관련 환자가 이날 0시 기준 213명으로 불었다.

다만 집단 내 정확한 델타 변이 감염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 발생이 있으면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해 변이 분석을 한다. 전체 중 변이가 얼마나 차지하는지에 대해선 정량화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부를 분석해 9명의 감염자를 확인했고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변이가 확인되면 역학적 관련이 있는 다른 사례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허정원·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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