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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푸틴과 ‘준동맹’ 선린조약 연장 합의…미 ‘갈라치기’에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에 나섰다. [CC-TV 캡처]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에 나섰다. [CC-TV 캡처]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선린우호 협력조약(이하 조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조약이 확립한 세대 우호 이념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 주제에 일치하며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살아있는 실천”이라고 과시했다.

창당 100년, 조약 20년 만료 앞서 연장 #시진핑 “세계에 긍정적 에너지 주입” #미국 겨냥 제3국 위협에 즉시 협의 규정

중국은 이번 조약 연장으로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중국과 러시아의 틈을 벌리려 한 시도를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 특히 중·러 회담을 시 주석의 외교 치적으로 삼기 위해 날짜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사흘 앞으로 맞추는 치밀함도 보였다. 중국은 이날 ‘시진핑 외교 사상과 신시대 중국외교’라고 명명한 인터넷 사이트(chinadiplomacy.org.cn)를 공개하며 시진핑 외교의 대외 선전도 시작했다.

28일 오픈한 ‘시진핑 외교사상과 신시대 중국외교’ 홈페이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행적과 발언 등을 담았다. [인터넷 캡처]

28일 오픈한 ‘시진핑 외교사상과 신시대 중국외교’ 홈페이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행적과 발언 등을 담았다. [인터넷 캡처]

이날 중·러 정상이 연장에 합의한 조약은 지난 2001년 7월 16일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체결했다. 20년 기한으로 만료 1년 전 한쪽이 효력 정지를 요구하지 않으면 5년간 자동 연장 조항을 담고 있었다.

중·러는 조약 체결 당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토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조약 9조는 한쪽이 제3국의 위협을 받았을 때 양측은 즉시 접촉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동맹 조약이 아니라는 양국의 주장과 달리 ‘준동맹’ 조약으로 여겨왔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조약 정신의 지침 아래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언덕을 넘고 함정을 건너야 할지 모르지만, 중·러 양국은 계속해서 뜻을 모아 착실히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관영 CC-TV가 전했다. 또 “세계가 혼란과 변혁기에 들어서면서 인류 발전이 다중 위기에 직면한 배경에서 중·러의 긴밀한 협력으로 국제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주입하고, 신형 국제 관계의 전범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맞서 중·러가 합심할 것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국익이 충돌한다는 인식 아래 꾸준히 틈 벌리기를 시도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25일 러시아 보수지를 인용해 “중국이란 용은 술과 음식이 풍족할 때는 우정을 앞세우지만 일단 배가 고파지면 사람을 잡아먹는다”면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중·러의 국익 충돌을 부각했다.
중국도 반박에 나섰다. 친중 성향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바이든 정부에게 최대의 악몽은 중국과 러시아 ‘두 개의 전선’에서 대결하는 것”이라며 중러 연대를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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