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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커진 전립샘 깎지 않고 묶어서 치료, 성 기능 장애·요실금 걱정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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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탑비뇨기과 정재현 원장은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를 먼저 써본 다음 약에 잘 반응하지 않으면 유로리프트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스탠탑비뇨기과 정재현 원장은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를 먼저 써본 다음 약에 잘 반응하지 않으면 유로리프트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중노년의 남성이 전립샘비대증 수술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는 성 기능 장애와 요실금 같은 수술의 부작용 때문이다. 전기·레이저의 고열로 비대해진 전립샘을 깎아내면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 스탠탑비뇨기과 정재현 원장은 “고열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전립샘 주변 신경이나 조직이 손상을 받는다”며 “특히 요도의 괄약근이 손상돼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새고, 정액의 양이 감소하며 사정 시 정액이 역행하는 증상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최신 전립샘비대증 시술법 #내시경·특수 실 쓰는 유로리프트 #출혈 거의 없고, 부분 마취가 기본 #고령층·만성질환자도 안전성 높아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전립샘비대증 치료에도 기존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방법이 나온다. 특수 실로 비대해진 전립샘을 묶어 부피를 줄이는 ‘유로리프트(전립샘결찰술)’가 대표적이다.

유로리프트는 내시경으로 전립샘이 비대해진 구간까지 진입해 전립샘 조직을 묶어 소변 길을 확보한다. 고열로 전립샘을 깎아내지 않으므로 기존 수술법의 주요 합병증이었던 요실금과 역행성 사정, 정액량 감소라는 세 가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수술 후 환자의 30~40%는 소변줄을 끼지 않고, 소변줄을 끼는 경우엔 기간이 하루를 넘지 않는다. 정 원장은 “염증·출혈 같은 일반적인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며 “하지만 요실금과 역행성 사정, 정액량 감소는 회복되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거나 회복이 거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술 환자 30~40%는 약 중단 가능

유로리프트는 연령대나 앓고 있는 질환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고령이거나 중증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여도 치료받는 데 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정 원장은 “전립샘을 깎아내는 수술은 출혈이 많고 하반신 마취를 해야 해서 심한 고혈압·당뇨·뇌졸중이 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며 “유로리프트는 출혈이 거의 없다. 부분 마취를 기본으로 하는데 살짝 따끔한 통증을 견딜 수 있으면 요도에 넣는 마취제만으로도 시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리프트는 전립샘비대증 치료제에 반응을 잘 하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전립샘비대증의 첫 번째 치료인 약 복용은 전립샘 크기나 노화 정도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다. 약을 최소 두세달 써본 다음 약의 효과 정도에 따라 시술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정 원장은 “전립샘비대증은 대부분 약을 먹으면 좋아지지만 약 효과가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다”며 “혈관이 말랑말랑하고 탄력이 좋아야 약에도 잘 반응하는데, 노화로 전립샘이 커지고 혈관도 단단해지면 몸이 약의 효과를 잘 받지 못한다”고 했다.

전립샘비대증 진단 기준은 25g이다. 전립샘 크기를 줄이는 약은 전립샘이 35g을 넘어야 효과가 좋다. 정 원장은 “전립샘이 35g보다 작은데도 증상이 심한 사람, 기립성 저혈압 같은 약물 부작용이 심한 사람인 경우 시술을 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유로리프트 시술을 한 뒤엔 치료제를 끊거나 용량을 줄여 복용할 수 있다. 정 원장은 “시술 후엔 적은 용량으로도 약의 효과가 유지된다”며 “환자의 30~40%는 약을 아예 중단한다. 나머지는 용량을 반으로 줄이면서 소변을 자주 보는 걸 억제하는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 FDA 허가, 국내 신의료기술 등재

전립샘 비대가 크면 기존의 수술법과 유로리프트를 함께 적용해볼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은 62세 환자 박모씨는 전립샘이 60g 이상으로 상당히 진행한 상태였다. 대학병원에서 전립샘을 깎아내 치료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성생활 장애나 요실금 발생에서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망설였다. 정 원장은 박씨의 전립샘을 15g 정도 고주파로 깎아내고 유로리프트를 적용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정 원장은 “기존 수술의 부작용은 전립샘을 깎아내는 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적게 잘라내고 유로리프트를 시행했다”며 “박씨는 치료 후 성생활에 문제가 없고 소변도 잘 보고 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유로리프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의료기술이다. 2015년에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에 등재됐으며, 유럽비뇨기과학회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시술로 안전성·효과를 인정받았다. 정 원장은 “시술 시간이 15분 정도로 간단하지만 경험 많은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전립샘의 모양·크기는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구를 넣는 위치·각도, 실의 개수 등을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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