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 1000만 돌파, 국민 20% 맞았다…"현장 혼란 해소" 과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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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3개월 여 만에 누적 1차 접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10명 중 2명꼴로 백신을 맞았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속도로 국민 25% 이상이 접종한다면 내달 중순 이후로는 확진자 발생이 큰 폭으로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달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르신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르신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16시 기준 1차 누적 접종자가 약 1045만7888명으로 집계돼 전 국민의 20% 이상 접종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난 2월 26일 접종을 시작한 지 105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접종 39일째인 지난 4월 5일 100만명을 넘어섰고, 63일째인 같은 달 29일 300만명까지 늘었다가 99일째인 이달 4일 700만명을 돌파했다. 102일째인 이달 7일에는 800만명을 넘어섰고 사흘 만에 1000만명대를 기록했다. 60~74세 접종이 본격화한 데다, 얀센 백신 접종까지 시작되면서 일일 접종자가 크게 늘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프리랜서 김성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프리랜서 김성태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문가와 정부를 믿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국민과 접종을 안전하게 시행해준 전국의 위탁의료기관, 예방접종센터 그리고 보건소의 의료진과 실무자들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접종 목표인 1300만명, 전 국민의 25% 이상 접종을 마치는 동시에 현재와 같은 방역수칙을 유지하는 경우 7월 중순 이후부터는 확진자 발생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달 중 1300만명 이상에 1차 접종을 완료한 뒤 9월까지 누적 1차 접종자를 3600만명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한다. 정은경 단장은 “백신의 확보와 공급, 접종 인력 등의 인프라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접종 의향, 접종 참여율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접종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근 적잖은 혼란과 오류가 잇따르면서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대표적인 게 잔여백신 예약 관련 지침을 두고서였다. 예비명단을 없앤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유예키로 번복하면서 현장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얀센 백신 예약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위탁의료기관이 뒤늦게 접종 기관이 아니라며 임의로 예약을 취소하는 소동도 있었다. 60~74세 예약자에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 의료기관들은 백신 쥐어짜기에 나섰고 예약 일정을 조정하면서 민원에 시달렸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접종에서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국민이 얼마나 덜 혼란스럽고 편하게 접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3분기가 되면 많은 양을 접종해야 하는데 위탁의료기관, 의사회 등과 소통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참여뿐 아니라 의료기관 협조도 중요한 만큼 현장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30세 이상 예비군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동작구 경성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0세 이상 예비군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동작구 경성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현장에서 불만이 많다. 불필요한 업무 탓에 접종을 많이 하는 곳에선 간호사들이 두 시간씩 따로 일하고 퇴근한다더라. 별도 인력이 없으니 전화도 종일 받는다”며 “까딱 잘못하면 백신은 있는데 놔줄 데가 없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의료기관들이 협력하고는 있지만, 업무에 행정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현장 피로도가 극심한 상태다. 당국의 간단한 지침 변경에도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위탁의료기관 소속 간호 인력들이 갖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퇴사를 고민한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많은 이들에 접종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혼란은 어쩔 수 없다. 지나치게 꼼꼼하게 하려다 보면 문제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도 정부의 소통 방식과 관련, “잘하니까 믿고 맡겨 달라는 스탠스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표현할 필요가 있다”며 “부족하고 불편한 것이 많았지만 그래도 맡겨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 문제가 있을 때는 빠르게 인정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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