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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월급 빼고 다 올랐네"…물가·금리·집값 뜀박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은 줄었는데 물가와 집값·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다.

1년 전 가계부와 비교해보면 서민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1% 올랐다. 파(130.5%)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달걀(45.4%)값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석유류 가격도 23.3% 급등했다. 2008년 8월(27.8%)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면서다. 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워낙 비싼 농축수산물 가격 때문에 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가격이 2.1%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공공주택관리비(7.3%)ㆍ보험서비스료(9.6%) 등 개인서비스 비용이 특히 늘었다.

5월 소비자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월 소비자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월급은 사실상 마이너스다. 통계청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8000원(0.4%) 증가했다. 하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9000원으로 3만9000원(1.6%) 늘어 소득 증가를 무색하게 했다.

소득이 늘어난 것도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 덕이었다. 실제 일을 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277만8000원으로 1.3%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 1분기 전국 가구 가운데 적자 가구 비율은 24.6%였다.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의 26.4%보다 다소 나아졌긴 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60.6%로 제자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뜀박질하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ㆍ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직전 저점이었던 작년 8월(2.55%)보다 0.36%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작년 8월(2.39%)보다 0.34%포인트 높았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0.7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 전(1521조8000억원)보다 무려 144조2000억원 불어났다. 가계대출의 약 70%는 변동금리여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약 12조원 늘어난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의 버블은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값은 0.40% 올라 지난 1년 내내 상승하며 전월(0.35%)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방향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려는 상당하다”면서 “특히 식료품 가격 등이 엄청나게 올라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성 교수는 이어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노동 경직성이나 각종 규제를 걷어내 투자와 고용, 소득 증가가 선순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손해용ㆍ임성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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