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로 농지를 싸게 산 뒤 이를 쪼개 팔아 약 260억원을 수익을 낸 영농법인 대표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기지역 한 영농법인 대표 A씨(5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농사짓겠다" 싸게 농지 산 뒤 쪼개 팔아
A씨는 2015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50여 차례에 걸쳐 160여억원을 주고 영농법인 명의로 경기도 평택시 일대 농지 약 6만㎡를 불법으로 산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영농법인을 세운 A씨는 농지를 취득하면서 벼농사와 채소를 키우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농사는 짓지 않고 땅을 산 지 1년 이내에 되팔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들인 전체 농지 중 5만6000여㎡를 쪼개서 600여명에게 420여억원에 팔았다. A씨의 영농법인은 약 260억원의 수익을 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 영농법인들이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땅을 싸게 산 뒤 이를 되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재 영농법인 98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기획부동산이 영농법인을 세워 쪼개기 판매에 가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지법 위반은 기소 전 몰수 못 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에도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평택시 일대에서 190차례에 걸쳐 농지 50만㎡를 산 뒤 되팔아 270억원의 수익을 낸 영농법인 대표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수백억 원대의 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은 기소 전 몰수 보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거둔 이익을 수사 단계에서 보전할 수 없다"며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