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평원 171억 유령 청사 두고…月2억 민간건물 빌린 중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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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104억 들여 8월까지 이전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유령 청사' 논란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옮겨붙었다. 세금 171억원을 투입해 지은 관평원 세종청사가 1년째 방치된 가운데 대전에 있는 중기부가 오는 8월까지 세종시 민간 건물을 임차해 이전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입구 점자 안내판. 건물은 1년째 방치돼 안내판에 먼지가 수북하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입구 점자 안내판. 건물은 1년째 방치돼 안내판에 먼지가 수북하다. 김방현 기자

27일 대전시와 중기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8월부터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 민간 건물 3개 층을 임차해 사용한다. 지난 1월 1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중기부이전고시’에는 청사 확보 전까지 임차해서 사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중기부는 세종파이낸스 3차 건물 4~6층(9000여㎡)을 월세 2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세종시 이전에 따라 임차료와 이사비·리모델링비 명목으로 104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중기부는 내년 8월쯤 완공되는 정부세종제3청사로 이전할 예정이다. 중기부 직원들은 내년 8월부터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중기부 본부 직원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99명이다.

반면 관평원 신청사는 세종시 반곡동에 지상 4층·지하 1층 연면적 4915㎡ 규모로 지난해 5월 지었다.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중기부가 계약한 세종파이낸스 3차 건물 공간보다 면적이 절반 수준이다. 1년째 방치된 이 건물은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행정·공공기관 복덕방 시스템에 등재돼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세종시 반곡동 관세평가분류원 건물이 1년째 방치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 반곡동 관세평가분류원 건물이 1년째 방치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이 때문에 관평원 건물은 그냥 둔 채 중기부가 민간 건물을 임차하면서까지 이전을 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기관이 국민 세금 소중함을 별로 못 느끼는 것 같다"라며 "중기부가 아무리 급해도 1년만 늦게 이전하면 예산 100억 원 아낄 수 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기부 "대전·세종 생각보다 멀어"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부처가 대부분 세종에 있는데 중기부만 정부대전청사에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하루빨리 세종으로 가야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장거리 출장 등에 따른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전과 세종 사이가 출퇴근 시간대면 1시간 정도 걸리는 등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서구 도로에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기관 유치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서구 도로에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기관 유치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런 가운데 대전시는 중기부가 세종으로 떠남에 따라 유치한 기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변 단체를 통해 도심 곳곳에 ‘기상청·한국특허전략개발원·한국임업진흥원·한국기상산업기술원 등 4개 공공 기관 이전 확정’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시민들은 "20년 넘게 대전에 있던 중기부를 채 30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세종에 빼앗긴 뒤 기관을 유치한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냐"며 "대전시의 부족한 행정력을 생각하면 자숙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중기부 대체 기관 이전 홍보에 열올려
중기부와 대전으로 오는 기관의 예산을 비교해봐도 차이가 있다. 올해 중기부 예산은 16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본예산(13조4000억원) 대비 26%(3조46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내수경제 활성화와 벤처 창업 등 집중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 영향으로 예산이 늘었다.

반면 대전으로 오게 될 4개 기관 예산은 중기부보다 훨씬 적다. 4개 기관 중 인원이 가장 많은 기상청의 올해 예산은 4257억원이다. 이어 한국특허전략개발원(1311억원), 한국임업진흥원(1178억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717억원) 순이다. 이들 4개 기관의 올해 총예산은 7463억원으로, 중기부 20분의 1 수준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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