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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동맹 강화 재확인한 정상회담, 실천으로 이어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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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속에서 한·미 동맹의 결속을 확인하고 두 나라가 공통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가치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 있다. 7쪽 분량의 공동성명에는 한·미 동맹의 영역을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넓히고, 가치 동맹을 보다 더 분명히 하는 표현들이 들어 있다. 특히 대만 문제를 적시한 것이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에 대한 공동 인식이 포함된 것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상당한 고심 끝에 내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안보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확장 #중국 반발에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문재인 정부의 친중 편향이나 미·중 경쟁 속에서 보여온 어정쩡한 자세로 인해 빚어진 미국 조야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임기 말이란 시점이 주는 만시지탄이 남긴 하지만 한·미 동맹의 토대를 굳건히 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고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 등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를 천명한 것은 임기응변의 산물이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 등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냉엄하게 인식하고 어떤 입장에 서야 할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토론·검증을 거친 결과물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우는 바이든 정부의 세계관과 그 가치를 동맹국과 함께 실행에 옮기려는 외교 전략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백신 협력 성과가 당장의 대규모 추가 공급 계약을 기대했던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한반도 운명과 직결된 대북정책도 판문점·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확인과 외교·대화를 통한 해법 등 대원칙을 확인한 것 이외에 실질적 돌파구는 찾지 못했고 구체적 성과는 미진하다. 이는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환상이 없다”고 했고, 공동성명에서는 제재 이행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부분적인 제재 완화나 유연성을 희망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거리가 있다. 이런 차이점들은 긴밀한 조율을 통해 보다 더 현실적인 공동 전략을 마련하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중국이 반발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미 공동성명에 담긴 표현들은 예상되는 반발을 무릅쓰고 현시점에서 밝혀야 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연한 자세로 중국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는 이렇게 말하고 중국에는 다른 말을 해서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밝힌 동맹 강화는 말의 성찬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정책으로 이어지고 행동과 실천으로 검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