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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쉬움 남는 백신 외교, 공급 차질 없게 만전 기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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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에 접종할 백신 55만명분 공급 의사를 깜짝 공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에 접종할 백신 55만명분 공급 의사를 깜짝 공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코로나19 백신 외교는 국민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다. 모더나 등 위탁생산 합의는 성과로 볼 수 있지만, 생산 물량과 국내 공급 분량을 우리가 맘대로 결정할 수 없으니 현재로선 그림의 떡인 셈이다. 우리 국민이 간절히 기다린 것은 손에 잡히는 백신 그 자체이지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백신 스와프 불발, 55만 명분 확보에 그쳐 #11월 집단면역 위해선 적기 공급 올인해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백신 스와프(맞교환) 카드를 꺼내 국민의 기대치를 높였다. 정 장관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한국 정부가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제공한 사실을 거론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로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국내 분위기는 물밑 협상을 통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해 올 것이란 바람이 있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을 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담판해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한 것도 자극제가 될 만했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카드를 활용해 미국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을 확보한다면 큰 성과가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번에 구체적으로 확보한 백신 물량은 고작 55만 명분에 그쳤다.

삼성·현대차·SK·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기업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44조원(약 394억 달러)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발표했지만, 백신 지원 같은 상응하는 반대급부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백신 55만 명분 지원 입장을 공개하면서 “한국군과 미군이 자주 접촉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미국은 자체 백신 구매 여력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여유분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이 백신 지원에 매달리자 경제 선진국인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미국 내부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백신 외교 전략이 처음부터 빗나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금 ‘백신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정부가 확보했다던 백신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서다. 이대로라면 3분기에 집중된 백신 도입 일정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아슬아슬하다. 따라서 정부가 공언한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백신 수급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이번 민간 기업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최대한 지렛대로 삼아 백신이 계획대로 최대한 적기에 공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