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남자'와 '文의 복심' 맞붙었다···이재용 사면 찬반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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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이 정반대 견해를 드러내며 맞붙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두고서다. 20일 오전 비슷한 시간 진행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文)의 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사면 반대’ 주장을, ‘노(盧)의 남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사면 찬성론’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왼쪽) 민주당 의원과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장 이광재 의원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왼쪽) 민주당 의원과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장 이광재 의원

문재인 정부 첫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 의원은 2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로봇태권V처럼 백신을 구해오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자꾸 백신 확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 부회장 사면을 꺼내는데 지금 국내 백신 확보량은 전 세계에서 9번째”라며 “백신 접종의 불안감을 해결하는 게 문제이지 확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사면을 주장하려면 삼성의 기업 경쟁력을 생각해서 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라”며 “하지만 이번 만큼은 돈 많은 사람은 죄를 지어도 죗값을 덜 받는다는 인식을 깨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삼성을 위해서도, 한국 전체를 봐도 사면은 부적절하다”며 “공정의 가치가 무너져선 안 된다는 방향으로 우리가 공론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선 노무현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이 의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금 세계가 기술전쟁 중이라 이 부회장을 사면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많이 있다”며 “반도체, 백신, 한미 관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팽팽한 것 같다”며 “사면론을 말하면 욕먹을 텐데 말 잘했다고 말씀해주는 시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라는 게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이 스스로 혁신과 환골탈태를 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민주당 내에선 이원욱, 양향자 등 의원이 이 부회장 사면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뒤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여러 형평성이나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광재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신중히 해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해줬는데 재판에 나와서 하는 태도가 반성이 부족해 보였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도 과연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겠냐는 말씀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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