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줄기세포` 홍만표 수사팀장

중앙일보

입력

'줄기세포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2일 "이번 사건은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윤리를 저버린 결과이고 난치병 환자와 일반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향후 비양심적 연구관행이 일소돼 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홍만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이언스에 실린 황 교수 논문의 조작 경위 등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홍 부장검사와 일문일답

-- 연구팀이 김선종 연구원의 '섞어넣기'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있나.

▲검증 결과에 따르면, 1계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을 봤을 때 세포가 죽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시 연구팀이 이를 못 본 것이다. 김씨는 더구나 권대기 연구원이 못 보도록 실험실의 불을 끄고 어둡게 작업했다고 한다.

-- 김 연구원은 미즈메디 병원 소속인데, 이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나 윤현수 교수측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김씨는 미즈메디 병원 소속이기는 하지만 황 교수가 연구진행 상황을 노 이사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실제 그런 지시를 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있었다고 믿은 인물인데 연구비를 타낸 것을 '고의적 사기'로 볼 수 있나.

▲황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2005년 5월이다. 줄기세포가 '환자맞춤형'이고 줄기세포 생성에 있어 경제성이 향상됐다는 점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실험이 상업성ㆍ경제성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없다.

-- NT-2 세포가 미즈-4 세포임을 한학수 PD가 알게 된 경위는.

▲유영준씨가 황 교수팀에서 나간 이후 불과 몇 개월만에 맞춤형 줄기세포가 10여개 나오니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유씨는 황 교수팀 연구원이었던 아내를 통해 NT-2 세포를 얻어 DNA검사를 했고 미즈메디 연구원을 통해 얻은 미즈-1부터 미즈-15까지의 미즈메디측 수정란 줄기세포와 비교할 수 있었다. 유씨는 한 PD에게 이처럼 비교ㆍ검증한 자료를 보냈고 NT-2 세포가 미즈-4 세포라는 점을 알게된 거다.

-- 원천기술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어떤가.

▲NT-1 세포가 원천기술인지 여부 등은 과학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본다.

-- 황 교수가 '섞어심기' 사실을 알았던 시점은.

▲2005년 10월 중하순으로 파악했다.

-- '섞어심기' 과정을 수사팀이 직접 재연했다는데.

▲김선종씨 진술이 없었으면 과연 진실이 규명됐을 수 있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연구실 2차 압수수색 당시 이미 관련 사실을 자백한 김씨와 함께 섞어심기 과정을 검증했다.

--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관련, 황 교수가 DNA 지문분석의 조작 사실 등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2003년 5월 처음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뒤, 그걸 검증하는 DNA 작업에서 김선종씨가 실수로 세포를 분실했고 이를 박종혁 연구원을 통해 보고받은 황 교수는 "체세포에서 배출된 DNA 2개로 대신 보내지"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로 연구는 계속 왜곡된 것이다.

-- 황 교수가 민간 후원금으로 들어온 연구비를 빼돌린 것은 없나.

▲자료에 제시된 것 외에 민간 후원금이 지원된 것은 없다.

-- 김선종씨가 자백한 시점은.

▲올 1월 수사 착수 후 한 달여 뒤 불렀는데 첫 소환일에 어느 정도 자백이 이뤄졌다. 그래서 긴급체포를 안했던 것이다.

--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관련, 황 교수는 왜 조작을 지시했나.

▲논문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본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경우, 같은 해 5월 '네이처'지에서는 테라토마 실험이 없었다며 거절한 논문이다.

사이언스도 테라토마 실험을 요구했고 황 교수팀은 2004년 8월부터 4차례나 실험을 해 봤지만 테라토마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배아체를 가지고 대신 실험을 했던 것이다.

-- 수사가 오래 걸린 이유는.

▲국제적 사건인 데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봐서 면밀히 조사했다. '바꿔치기' 의혹 수사가 한달 정도 걸렸고 그에 대한 검증작업 후 황 교수가 과연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 이후 연구비 유용 수사 등을 했다. 수사팀은 5월 5일 날 하루 쉬고 계속 수사했다.

이번 수사로 모든 의혹을 완벽히 해소하진 못했더라도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상당히 해소됐을 것으로 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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