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 아닌 의학적…발기부전치료제의 새로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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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인 발기부전치료제 광고는 판매가 아니라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는 데 더욱 성공적이다.'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와 비아그라가 섹스를 일상적 관심사로 그린 도발적인 광고를 중단하고 매출 확대를 겨냥해 발기부전을 의학적 질병으로 묘사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새 광고는 이전까지의 광고가 시장을 확대하는데 실패했다는 인식 아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광고의 소구력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들 기업이 지난 1월 마련한 새 기준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비아그라의 새 광고는 한 활기넘치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의사가 등장해 비아그라의 효능과 부작용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레비트라 광고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시알리스도 올해 1월 새 광고를 시작했지만 36시간 발기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 이전 광고와 유사한 내용이었다.

비록 매출액을 늘려줄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지만 임상적 관점에 충실한 광고는 전문가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다만 제약사들은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매출 성장 또한 지난해 수준에 머물자 광고 내용을 수정하는 동안 광고비 지출을 줄였다.

의약품시장 전문조사기관 IMS에 따르면 작년도 미국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규모는 14억달러(약 1조3천115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아그라의 총 매출액도 작년보다 2% 감소한 16억달러(약1조4천99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과 비교하면 무려 14%나 줄어든 것이다.

레비트라와 시알리스의 경우 매출액이 늘기는 했지만 판매목표를 낮춰 잡은 상태에서 비아그라가 차지했던 시장을 잠식한 결과에 불과했다.

도이치방크의 애널리스트 바버라 라이언은 발기부전치료제의 매출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섹스는 발기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관계부전'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에 있는 시나이산 병원의 나탄 바-차마 박사는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성적인 맥락에서 발기부전을 다루는 광고는 단지 남성들에게 발기불능을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패트릭 켈리 화이자 미국법인 회장은 "새 광고가 재미와 의학의 균형을 맞추고 있어 비아그라의 판매가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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