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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낚아 강남 아파트 사자"…대박 기대가 키운 장외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장외 주식시장에서 게임 개발사 넷마블네오 주식에 1200만원가량 투자했다. 회사 동료의 권유로 주당 9만9000원에 120주를 샀는데, 현재 수익률은 49%다. A씨는 "대기업 자회사인 데다, 상장을 준비 중이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 투자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장외 주식은 코스피·코스닥 등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이 주식들은 장외에서 거래된다. 대표적인 플랫폼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시장이고, 증권플러스 비상장·서울거래소 비상장 같은 민간 플랫폼도 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95%에 달한다.

주식 및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서울의 한 서점에서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및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서울의 한 서점에서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카뱅 장외 주가 10만원대로 치솟아

6일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K-OTC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0억5849만원으로, 지난해(51억4755만원)보다 37% 급증했다. 2017년(10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다. 지난해 말 17조원대였던 전체 시가총액도 21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플러스 비상장도 회원 수가 50만명을 돌파했다.

공모주 투자가 연일 대박을 터뜨리자, 장외에서 상장 전 '대어'를 미리 낚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공모주 물량의 절반을 청약자에게 똑같이 나눠주지만(균등배정), 청약 경쟁이 뜨겁다 보니 개인이 살 수 있는 수량은 극히 적다. 실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1억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어도 2~5주밖에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장 가능성이 큰 종목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연초 7만5000원대였던 카카오뱅크는 최근 10만원 선에 거래된다. 게임업체인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중순 18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300만~310만원대로 몸값이 70%가량 뛰었다. 두 회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로, 하반기 증시에 입성한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고점 부담과 수익 극대화를 꿈꾸는 투자자의 기대감도 맞물렸다. 한 장외 주식 사이트 게시판에는 "비트코인보다 더 간다" "돈 벌어 강남 아파트 사자" 같은 글이 잇따른다.

K-OTC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K-OTC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장 전 가격 거품, 유의해야" 

K-OTC 주식은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모바일 앱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도 같다. 매도·매수 호가가 일치하면 주문 수량 범위 내에서 거래가 체결된다. 거래 가능 종목은 134개다. 그 외 종목은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에서 거래할 수 있다.

비상장 주식 투자 땐 신경 쓸 게 많다. 소액주주가 K-OTC를 통해 벤처·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다른 플랫폼에선 매매 차익의 10~20%를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도 K-OTC에선 매도대금의 0.23%, 그 외엔 0.43%가 붙는다.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탓에 주가 변동성이 크고, 추후 상장이 무산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장외 주가에 거품이 끼기도 쉽다. 크래프톤 주가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25조원대로, 코스피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7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상장 직전에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을 수 있어 투자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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