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서 ‘툭’ 발로찬 음식물쓰레기…‘007추적’ 한달만에 붙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식당 업주가 오토바이를 타고가며 도로에 버린 음식물쓰레기. [사진 부산 금정구]

식당 업주가 오토바이를 타고가며 도로에 버린 음식물쓰레기. [사진 부산 금정구]

음식물쓰레기 무단투기 업주 과태료 50만원 

밤늦은 시각 퇴근길에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도로 등에 1년 넘게 불법 투기해온 업주가 한 달가량 ‘007 영화’ 같은 추적을 벌인 구청 단속반에 적발됐다.

부산 금구청, 식당 업주에 과태료 50만원 부과

부산 금정구는 6일 “최근 1년여간 도로에 음식물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한 식당 업주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 업주는 식당 영업을 마친 밤늦은 시각에 퇴근하면서 배달 오토바이에 음식물쓰레기 10~20ℓ를 담은 비닐봉지를 싣고 가다 발로 툭 차 버리는 수법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도로 등에 무단투기해왔다.

구청은 투기 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온 업주를 붙잡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노력을 했다. 쓰레기를 치우는 구청 자원순환과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년여간 음식물 쓰레기를 도로에 버려 환경미화원을 골치 아프게 한다. 치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길거리에 버린 쓰레기로 교통사고 위험까지 있다”며 단속을 요구해와서다.

퇴근길에 오토바이 싣고 가다 쓰레기 버려 

식당 업주가 도로에 버린 음식물 쓰레기 비닐봉지. [사진 부산 금정구]

식당 업주가 도로에 버린 음식물 쓰레기 비닐봉지. [사진 부산 금정구]

3명으로 구성된 단속반은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내용물을 뒤져 동일 식당의 소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인근 도로변의 폐쇄회로TV(CCTV)를 조회해 쓰레기 무단투기 장면을 확보했지만 화질이 떨어져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에 단속반은 CCTV에 찍힌 기종의 오토바이를 가진 식당을 탐문해 용의자를 압축했다. 지난달 14일 밤에는 식당 앞과 투기예상 장소에 단속반원을 각각 배치해 추적도 시작했다. 단속반원들은 업주가 식당 문을 닫고 퇴근하자 투기예상 장소에 배치된 직원과 단체 채팅방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동선을 추적했다.

식당 업주는 이날도 어둡고 인적이 드문 도로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한 달여에 걸친 추적 끝에 적발된 업주는 “1년가량 음식물쓰레기를 버렸다”고 인정했다. 식당의 음식물쓰레기는 별도 ‘칩’을 구매해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한다. 식당 업주는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금전적 부담을 느껴 무단투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CCTV 등 추적해 한 달 만에 붙잡아

무단투기된 음식물쓰레기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부산 금정구 단속반. [사진 부산 금정구]

무단투기된 음식물쓰레기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부산 금정구 단속반. [사진 부산 금정구]

금정구 관계자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반 직원 3명은 2019년 443건, 지난해 283건의 무단투기 사례를 적발했다”며 “이번 단속은 무단투기 단속반의 열정과 오랫동안 쌓아온 단속 노하우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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