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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야기 대장 서정오 동화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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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 동화작가 서정오

권혁재의 사람사진 / 동화작가 서정오

“위 사람은 ‘옛이야기 보따리’를 만들어
조상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썼고,
마지막 끝날 때 ‘아직도 살고 있다지’하는 말을 붙여서
더 재미있게 해주셔서,
내가 많이 읽게 해 주었으므로 이 상장을 드립니다.”
2002년 한 어린이가
서정오 동화작가에게 보내온 표창장 내용이다.

머리가 새하얀 데도
아이들은 그를 ‘이야기 대장’이라 부른다.
이는 그가 전국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이야기 곳간을 풀어놓은 결과다.

다섯해 전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한 해에 100여번 강연할 정도였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줌으로만 만나지만
늘 어린이와 함께해 왔다.

이러니 어린이에게서 온 편지가 수두룩하다.
그중 서 작가의 보물 1호가
위 내용으로 보내온 표창장이다.
그는 “그 어떤 기관에서 준 상장보다 귀한 선물이다”고 했다.

서 작가는 2005년까지 28년간 학교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얘깃거리가 달려
옛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됐죠.
교사와 작가,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없어
정년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애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위해
전국의 민담·전설을 수집했다.
그렇게 찾아낸 이야기는
요즘 어린이 입말에 맞게끔 새로 빚었다.
결국 그는 옛이야기 500여 편으로
동화책 50여 종을 만들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들을 맘껏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서정오 작가, 옛이야기는 세대를 잇는 끈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들을 맘껏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서정오 작가, 옛이야기는 세대를 잇는 끈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렇게 ‘이야기 대장’이 된 그는
“이야기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라고 했다.

“옛이야기는 ‘열심히 공부해라’
‘목표를 분명히 세워라’며 강요하지 않습니다.
도덕 교과서와 달리 아이를 쓰다듬고 어루만져 주죠.
아이는 놀면서 배우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상상하는 게
이미 훌륭한 교육 아닌가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빔프로젝터로
호랑이와 토끼 그림을 그의 몸에 비췄다.
카메라 앞에 선 서정오 작가,
‘이야기 대장’이 맞나 싶을 만큼 쑥스러워했다.
얘들 앞에서 하듯
그렇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그제야 ‘이야기 대장’ 서정오로 돌아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