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6722억원어치 SKT 자사주 소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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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정호 SKT 부회장

박정호 SKT 부회장

SK텔레콤이 자사주 869만 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공시했다.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의 사실상 전량에 해당하며, 지난달 인적분할 발표에 이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두 번째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의 10.8% 기업가치 높이기 2탄

SK텔레콤이 이번에 소각하는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의 10.8%다. 4일 종가 기준 2조6722억원 수준이며, 장부가액 기준으로는 1조9695억원 규모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6일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18조6800억원(장부가액 기준)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한데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비율로는 4대 그룹 중 가장 높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사라지는 주식 수만큼 총 발행주식이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SK텔레콤의 현재 발행 주식 총수가 8074만5711주인데, 10.8%를 소각하면 남은 주식은 7206만143주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최소 12% 정도 상승할 수 있는 호재”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주된 이유로 ‘기업 가치 상승’을 꼽았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시가총액(96조963억원·4일 종가 기준) 2위인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가치만 따져도 19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SK텔레콤 시총은 24조8293억원(4일)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통신업 경쟁력 외에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가치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셈”이라고 평가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합산 가치가 30조원에 달할 것”이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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