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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걸린다던 '환경평가'…4년째 사드기지 컨테이너 사는 군인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드기지 앞 주민-경찰, 62일 만에 또 충돌

28일 오전 7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과 단체 회원 30여 명이 도로에 앉아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 앞에는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성능개량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집회 참가자 주변으로는 경찰 수백 명이 방패를 든 채 줄지어 서 있었다.

긴장감이 감돌던 대치 상황은 경찰이 강제 해산에 들어가면서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한 명씩 대열에서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집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해산을 거부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부상자 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0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장비 반입을 위해 육로를 막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장비 반입을 위해 육로를 막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강제 해산은 오전 8시쯤 마무리되자 대형 트럭 30대와 미군 군용 차량 5대 등 50여 대의 차량이 사드 기지로 진입했다. 경찰이 집회를 해산시키고 육로를 확보하자 국방부 측에서 발전기 등 장비를 반입했다. 이를 지켜본 집회 참가자들은 물통 등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장비 반입은 8시 33분쯤 시작돼 10분여 만인 8시 45분쯤 마무리됐다.

이날 집회는 전날 국방부가 사드기지에 공사 자재와 이동형 발전기 등을 반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진행됐다. 국방부는 “28일 주한미군 성주기지에 대한 지상 수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성주 사드 기지의 한미 장병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공사용 자재 및 물자 수송과 이동형 발전기 교체 및 발전기 지원장비 수송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전 기지 공사는 불법”

하지만 사드철회평회회의 등 반대 측은 “국방부는 장비 교체가 사드 체계 능력 변화와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5월 29일 사드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한 사드 장비 중 반입하지 못한 발전 차량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결국 세계적인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위기 속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사드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로 향하는 트럭이 관련 장비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로 향하는 트럭이 관련 장비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사드기지 장비 반입을 둘러싼 주민과 경찰 사이의 충돌은 지난 2월 25일과 1월 22일, 지난해 11월 27일 등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평소 부식이나 가벼운 물자들은 헬기를 통해 반입하지만 공사 장비 같은 물자는 육로 이동이 불가피해서다. 사드기지로 들어갈 수 있는 육로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가 유일하다.

국방부 측은 “물자 반입에 어려움이 있어 사드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은 4년째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방한 당시 사드 기지 내 장병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성주 사드 기지에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이는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다. 이 때문에 기지 내 열악한 생활환경 개선이나 미군이 요구하는 사드 추가 배치와 성능 개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사드가 정식 배치되지 않은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아서다. 배치 전 기지 안팎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사드 정식 배치가 가능하다. 당초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사드 기지에 대해 6개월 내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 달 뒤인 2017년 7월 국방부는 이를 ‘일반환경영향평가’로 방침을 선회했다.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비해 기간이 2배 이상 길어진다.

2017년 9월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붉은 원 안). 연합뉴스

2017년 9월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붉은 원 안). 연합뉴스

1년 걸린다더니…아직도 환경영향평가 결론 못내

당초 국방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에 1년 남짓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평가 결과는 약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까지 국방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의원 측은 “국방부는 사드 기지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정식배치가 필수임에도 환경부에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아예 협의요청도 하지 않아 4년간 진척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권 임기 내 정식배치조차 불투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사드 관련 장비의 육로 이동을 막아서는 것도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다.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기 전에는 사드기지 건설이나 성능 개량 등이 이뤄지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충돌 역시 “사드 장비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주민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서 빚어졌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한 장비 반입 강행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마을에, 오직 미군기지 공사를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한 것은 주민과 경찰의 안전을 모두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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