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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안푼다던 바이든, 인도 SOS에 "AZ 6000만회분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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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통화에서 의료장비 등을 긴급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통화에서 의료장비 등을 긴급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캐나다와 멕시코에 AZ 백신 400만 회분을 '대여'한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해외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 AZ 백신 대규모 해외 지원 첫 발표 #대상 국가, 수량, 방법 미정…한두달 걸릴 듯 #美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국 인도 휘청이자 #"잉여 백신 지원"…"中과 지정학적 경쟁 영향"

뉴욕타임스(NYT)는 '잉여 백신'을 해외에 대규모로 지원하는 것을 꺼려왔던 백악관 입장에 중대한 변화라고 전했다. '백신 독점'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고, 중국 등의 공세적인 '백신 외교'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인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할 위기까지 놓인 상황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백악관은 보건 당국이 안전성 검토를 마치는 대로 AZ 백신 6000만 회분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씩 배정할지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식품의약국(FDA)이 몇 주 안에 안전성을 검토하면 1000만 회분을 배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5000만 회분은 현재 여러 생산 단계에 있으며, 5월과 6월쯤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6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6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키 대변인은 백신 배포 방식에 대해 "대부분은 상대 국가에 직접 제공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백스나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신을 대여할지, 무상으로 제공할지도 계획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해외 제공 계획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오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한 직후 발표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백신 원료와 산소,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비(PPE)와 치료제 등을 긴급지원하고 인도를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잉여 백신을 해외에 대량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과 관련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미국이 자국민 우선 접종을 강조하며 백신을 움켜쥐고 있을 때 중국과 러시아는 이웃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나눠주며 백신 외교를 벌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국가이자 전략적 방위 파트너인 인도가 코로나19로 휘청이자 더 이상은 물러나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인도를 집단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동맹과 우방, 쿼드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은 인도의 카운터파트와 각각 대화하며 인도 지원에 나섰다. 다만,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를 돕는 것은 "정치적 보답에 대한 대가나 거래 대가가 아니다"라며 "인도주의적 리더십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Z 백신이 아직 미국에선 활용되지 않은 상태라 해외에 보낸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사키 대변인은 "AZ 백신은 미국에서 아직 긴급사용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몇 달간 AZ 백신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면적인 '백신 풀기'는 아니란 의미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6억 회분을 확보한 상태이며 18세 이상 성인 중 1회라도 백신을 맞은 비율이 53.9%에 달한다. 하지만 향후 '부스터 샷' 접종과 청소년 접종 계획 등을 감안해 여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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