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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빵 터뜨린 윤여정 “두 아들이 일하라 종용한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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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AP=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4)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LA의 유니언 스케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마마르할림의 블랙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미나리’로 각종 영화제에서 42번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은 농익은 영어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향해 “마침내 당신을 만났다. 만나서 반갑다. 우리가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힘들게 촬영하고 있을 때 어디 있었냐”며 농담을 건넸다.

자신을 낯설어할 영미권 관객들을 향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라고 밝힌 그는 “유럽인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밤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자라면서 TV로만 보던 오스카 시상식에 온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정신을 좀 가다듬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농담에 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나리’를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그는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노엘 조 등 배우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는 한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선장이자 감독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제작자 브래드 피트. [AP=연합뉴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제작자 브래드 피트. [AP=연합뉴스]

아카데미 관계자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그는 ‘힐빌리의 노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동갑내기 배우를 언급하며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느냐. 그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며 예우를 표했다. 이어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각기 다른 작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냈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며 “그저 내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자꾸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하는 두 아들”을 언급하며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영화 데뷔작 ‘화녀’를 함께 한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첫 영화를 함께 만든 분”이라며 “살아계셨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말한 게 맞나요”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거주한 윤여정은 여러 시상식에서 유창한 영어로 직접 소감을 밝혔지만 “맞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귀여운 한국 할머니’ 이미지를 얻게 됐다. 덕분에 그가 무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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