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Booster Shot·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예방 효과는 감소하고,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은 커진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외즐렘 튀레지 최고의학책임자(CM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도 계절성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튀레지는 “백신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는 조짐을 보였다”면서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서도 면역력 감소 징후가 목격된 만큼 백신 접종자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매년 변종이 생긴다는 것도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백신의 면역 효과를 지속하고 강화하기 위해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스터 샷의 필요성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완료 뒤 12개월 안에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2차 접종을 완료한 뒤 6~12개월 사이 3번째 접종을 받고, 매년 다시 백신을 맞는 것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지난 1일 자사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91% 이상으로, 2차 접종 뒤 최대 6개월까지도 91.3%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접종 6개월 이후 면역 효과가 얼마나 지속하는 지는 연구자들도 아직 확실히 모른다. 그러나 백신으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보호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CNBC는 전했다.
이런 이유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이미 부스터 샷용 물량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맷 핸콧 영국 보건장관은 의회 보고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올 연말 추가 접종 시작을 목표로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화이자·모더나와 1600만회 분의 백신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하는 등 추가 접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15세 어린이와 청소년 접종도 추진 중인 이스라엘은 이번 계약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새 버전 백신을 포함했다. 이스라엘은 6개월 뒤부터 추가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은 올여름 끝과 가을 초입 사이 부스터 샷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지난 18일 NBC 인터뷰에서 “부스터 샷의 필요성은 제약사가 아닌 미국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보건당국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경험으로 볼 때 여름이 끝날 때쯤, 가을이 시작할 때쯤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슬래빗 미 행정부 백신 대응팀의 선임 고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추가 접종용 백신 확보 필요성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3차 접종을 위한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주요 백신 선도국들이부스터 샷 접종 계획을 공식화하고,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전 세계 백신 부족 사태는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