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5개 시·도지사가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동결,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공시가가 14년래 최대폭인 전년 대비 평균 19%나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진 데다 산정 과정의 오류도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다.
공시가 결정권 지자체 이양 요구 #오세훈 “국민들 세 부담 덜어줘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18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올해 공시가를 전년도 가격으로 동결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시가 산정의 근거를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또 “현장과 괴리된 공시가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시가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고, 산정 오류와 관련해 감사원 조사도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올해 공시가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가 4년 전보다 30배 이상 많은 4만 건 이상으로 예상되는 등 공시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산정 근거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시가는 세(稅) 부담뿐 아니라 복지 대상자 선정 등 무려 63개 분야의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노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시가 급등은 세금과 건강보험료 인상 등 생활의 부담으로 이어져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한 아파트 내 공시가가 들쭉날쭉한 일도 비일비재한데 지자체가 재조사하려 해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도 “제주도 공동주택 14만4166호 중 2만1216호의 공시가 산정이 오류였다”며 “한국부동산원이 현장 검증 없이 공시가를 측정하다 보니 폐가, 무허가 펜션이 공동주택으로 둔갑하는 등 지도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부 지자체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공시가 관련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지자체의 (공시가 관련) 문제 제기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많다”고 공개 반박했다. 그는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 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 가구를 전수조사해 산정한 것”이라며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 검토도 진행해 정부가 임의로 조성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공시가가 실거래가 대비 70.2% 수준으로 낮으며,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계속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라 일부 지자체와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