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청소년 ´휴대전화 중독´ 첫 실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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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최모 양은 휴대전화기를 두 대 갖고 다닌다. 한 대의 배터리가 다 닳을 때를 대비해서다. 한번은 깜빡 잊고 집에 두 대를 다 놓고 왔다가 하루종일 안절부절못했다. 최양은 "나를 찾는 전화나 문자에 응답 못해 너무 불안했다"며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왔다며 조퇴하거나, 부모에게 휴대전화를 뺏겨 가출했던 친구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청소년의 '휴대전화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휴대전화기가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벨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며, 목욕탕에서도 휴대전화기를 옆에 둘 정도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정부 차원에선 처음으로 청소년(14~19세)의 휴대전화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는 7월 18~20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10명 중 4명꼴로 수업 중에도 몰래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한 달에 문자를 1000건 이상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연구책임자인 극동대 최병목 교수는 "많은 청소년이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아도 휴대전화를 수시로 꺼내 확인하며, 걸어가면서도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휴대전화 서비스도 문자전송(34.7%)이다. 문자전송의 주된 용도는 그저 '심심하기 때문(42.3%)'과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려(22.6%)' 등이다. 최 교수는 "응답자 중 하루 최고 400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례가 있고, 1일 평균 문자발송도 45회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전문 신경정신과인 '마음누리클리닉' 정찬호 원장은 "모바일 중독은 인터넷.게임 중독과 달리 청소년들이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살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중독이 심하면 우울.불안.수면장애.적응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윤수정 교수는 "이를 치유하려면 학부모들이 나서야 한다"며 "자녀들에게 '휴대전화 중독 자가측정표'를 통한 자가진단을 시켜볼 것"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청소년의 휴대전화 역기능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통부 측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전한 모바일 문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의 휴대전화 이용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KTF(016.018)에 따르면 10대 이하 가입자가 2000년 136만 명에서 지난달 말엔 221만 명(전체 가입자의 18%)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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