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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이성윤 기소'로 기울었다…차기 검찰총장 구도 '흔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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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팀 의견대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만큼 총장 인선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 수사팀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가 지난 1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지검장도 함께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이에 고심하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이 지검장 역시 기소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조남관, 아직 수사팀에 기소 지시 안 내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혐의로 이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려 직권을 남용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관할해야 한다며 수원지검의 소환 통보를 네 차례 거부했다. 수사팀은 대면 조사 없이도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공수처가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한 만큼 기소 권한 역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한다.

대검은 현재까지 수사팀에 이 지검장 기소 여부에 대해 명확한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소 시기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절차가 끝난 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대통령 인사권 행사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커질 수 있어서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뉴스1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뉴스1

차기 총장 1순위로 꼽혔던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가 총장 인선 구도를 흔들리고 있다. 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은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현재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되면 이 지검장이 최종 3인 후보군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역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상황을 보고받은 일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비교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부상하고 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역시 후보군이지만 윤석열 전 총장 징계 반대 등으로 여권 눈 밖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박범계, '이성윤 기소' 보도 "지켜보고 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첫 회의 일정은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지 4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참모진 교체와 개각 작업으로 분주해 추천위의 다음 주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이 기소될 것이란 보도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추천위 첫 회의 개최 시점에 관한 질문엔 "추천위가 멈춰있는 건 아니다. 항상 가고 있다"면서 "오늘은 침묵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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