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로' 美…"4차 유행 시작" vs "백신이 유행 막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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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국 시카고 위글리 필드 야구장 밖에 대형 성조기가 걸려 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이날 경기가 열렸는데, 관중석의 25%만 채웠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시카고 위글리 필드 야구장 밖에 대형 성조기가 걸려 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이날 경기가 열렸는데, 관중석의 25%만 채웠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8413명이라고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7일 9350명 이후 최고 집계치다. 8주 전 하루 확진자가 563명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10배 넘게 늘었다.

미 전역 확진자 2주전보다 19% 증가 #미시간은 2달 전보다 확진 10배 늘어 #"향후 2주간 전 세계 최대 확진자 보고" #美 1회 이상 백신 접종 1억600만 명 넘어 #"1~3차 유행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

일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미국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일각에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전국적인 대유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새 변수로 등장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고문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4일 NBC방송 시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4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주간 전 세계가 팬데믹 시작 이후 최다 확진자 수를 보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이 확산의 시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시간주 신규 환자 8400명 발생 보고는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30~50세에서 중증 환자 수와 중환자실 입원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간 미국 내 코로나19 유행은 중서부에서 시작해 동북부로 옮겨간 뒤 두 지역에서 잦아들면 남부 선벨트에서 환자가 폭증하는 사이클을 겪었다고 지적하면서 중서부 대표 주인 미시간에서 유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 전역 하루 평균 확진자는 6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여름 2차 대유행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주간 미 전역 신규 확진자는 19% 늘었지만, 확진·사망·입원 환자 수가 모두 정점을 찍은 지난 1월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전했다.

반면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최근 확산이 4차 유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누적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고, 백신 접종자는 1억 명을 넘은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이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인구 내 어느 정도 면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4차 감염 확산을 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보는 것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국지적(pocket) 확산이며, 특히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층과 학생들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의료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은 앞선 세 차례만큼 심각한 4차 유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봄, 여름, 겨울의 1, 2, 3차 유행 당시에는 없었던 백신이 나왔기 때문이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일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지금 상황은 감염이 급증할 수 있는 잠재력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능력 사이의 경주 비슷하다"면서 "바라건대 백신이 이 경주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늘면서 일부 주에서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틀립 전 국장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확진자도 재감염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없어 코로나19 향방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확진자도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면 코로나19의 광범위한 재확산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규모 기존 감염자 수와 백신 접종자를 고려할 때 새 바이러스가 널리 퍼질 공간이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CDC에 따르면 4일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32%인 1억 600만 명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2회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중은 18%다. 3일에는 하루 400만 명에게 접종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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