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수사 후 송치" 요구에도…檢, 이규원·차규근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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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및 수사무마 의혹을 석달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이 1일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은 지난달 12일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수사완료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수사팀은 대검찰청과 상의 끝에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기로 했다.

檢, 공수처장 "수사완료 후 송치" 요구 무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달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달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과정의 불법성 의혹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 등을 두 갈래로 수사해 왔다. 수사팀은 공익신고인이 제보한 증거 확보와 피의자 소환 조사 등이 종결 수순을 밟고 있던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과정의 불법성 의혹 수사부터 마무리지었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22~23일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요청서에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를, 출금 승인요청서엔 서울동부지검의 가짜 내사번호를 기재하는 등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 본부장은 이 검사의 이 같은 허위공문서 작성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승인한 혐의와 함께,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을 불법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앞서 수사팀이 차 본부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지난달 6일 법원에서 기각되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지만, 수사팀은 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이 검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먼저 신병 확보에 나서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와 관련한 사건 2건을 모두 손에 쥔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결정할 경우 수원지검 수사팀은 하릴없이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차기 총장 후보 이성윤은 보궐선거 앞두고 감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사건의 또 다른 본류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사는 이 지검장이 지난달 16일 4차 소환 통보까지 불응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이 정부 ‘실세’로 통하는 이 지검장에 대해 체포영장 등 강제수단을 동원할 경우 4·7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 괜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핵심 피의자에 대한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건 무리수에 가깝다.

이 지검장이 현직 검사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전속 관할권을 주장하며 줄곧 공수처로의 재이첩을 요구하는 점도 부담이다. 김 처장과 이 지검장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현직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전속 관할권 해석을 향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인정할 경우 절차적 위법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름이 지나도록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달 7일 김 처장과 이 지검장의 면담 사실을 둘러싼 의문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보고 외 조서 등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아 면담 내용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1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공무직 직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1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공무직 직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연합뉴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1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로 사건을 다시 이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과 다르지 않아 기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비슷한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받았는데도 피의자를 굳이 부른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란 시각이다. 이 지검장의 변호인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면담을 신청하니 공수처에서 ‘그럼 당사자하고 같이 나와서 하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었다.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이 현직 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의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수사 종료 뒤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하고, 검사에 대한 수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수처가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포함한 사건사무규칙 제정안도 검토 중이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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