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 고충 듣는다더니 숙제만 준 은성수…"투기 관련 대출 신속히 회수"

중앙일보

입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에 ‘숙제 보따리’를 던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과 관련해 시중은행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다. 숙제 보따리에는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투기 방지 등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현안이 망라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시중은행장들과 금소법 안착과 금융현안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SC제일 등 주요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일 은행 창구직원들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ㆍ불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당장은 부담이 되겠지만 현장에서 소비자보호가 잘 이루어진다면 향후 CEO 제재 같은 무거운 책임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은 은행권에게 주요 금융현안에 대한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논의된 주요 금융현안은 ①소상공인ㆍ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②내부신용등급 평가 ③가계부채 관리방안 ④서민금융재원 출연 ⑤보이스피싱 방지 프로세스 정비 ⑥부동산 투기 방지 등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소상공인ㆍ중소기업, 지원 여부 결정, 과도하게 소요 안 돼"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출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9월 말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만기연장 조치가 끝나더라도 상환 방식과 기한을 은행 등 금융사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금융권의 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등의 총액은 130조4000억원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창구에서 차주 맞춤형 컨설팅과 함께, 지원 여부 결정에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

"중소기업 신용평가 때 정성적 항목 고려해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완화도 시중은행에 주문하고 있다. 실적이 악화한 중소기업에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권은 신용평가 완화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은 위원장은 “신용평가는 국제기준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국제기준에서도 정성 평가를 반영하는 만큼,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등에 대한 신용평가 시에 회복 가능성 등 정성적 항목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렇게 내준 신용평가로 향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융당국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비조치 의견서’를 내주기로 했다.

관련기사

"연이은 대책 피로감 이해…가계부채 관리 가장 중요한 과제"

금융당국은 4월 중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금융회사별로 적용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을 차주 단위로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말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은 위원장은 “연이은 대책에 따른 피로감을 이해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는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재원 출연, 은행들도 혜택 본다" 

국회에서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지원법)이 논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 등 금융권은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재원 마련을 위해 내야 한다. 은행권에서만 1050억원(2019년말 가계대출액 기준)의 재원을 내야 한다.

은 위원장은 “금융권과 정부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재원으로 은행들도 보증 혜택을 받아 저신용층 대상으로 대출할 수 있다”며 “은행들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자체 보이스피싱 방지 프로세스 정비해달라"

금융위는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각 금융사가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전사적 방지체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의 과실과 상관없이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일정 부분 배상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은 위원장은  “은행들도 자체 보이스피싱 방지 프로세스를 재점검하여 정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기 관련자 대출 신속히 회수해라"

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 억제가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목표”(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라며 특별 대응반을 출범시킨 상태다. 금융권에 대한 현장검사 등을 맡게 된다. 은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에 대해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투기 관련자 대출은 신속히 회수해달라”고 했다. 은행들은 이밖에 투기의심거래라고 판단되는 토지담보대출은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관련기사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