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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희귀 혈전' 논란…독일, AZ 60세 이상만 접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실시된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실시된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독일 보건당국이 지난 30일(현지시간) AZ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 사례가 발생했다며 60세 미만 성인에 대한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앞서 29일(현지시간) 캐나다 역시 55세 이하 성인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지난 18일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 접종과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는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지 약 열흘만이다.

아직 접종과 희귀 혈전생성간 구체적인 연관 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2분기 백신 접종을 앞둔 한국 방역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현재 독일의 결정에 따라가는 식의 의사결정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 혈전 발생한 獨 “60세 미만에 AZ 접종 중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30일(현지시간) 16개 주의 주지사들과 긴급회의를 마쳤다. 이후 이어진 성명을 통해 “AZ 백신을 6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60세 미만 우선 접종대상자의 경우 의사의 판단 아래 개별적인 위험 분석을 거쳐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1회차 접종을 받은 젊은 층에 대해선 4월 말까지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결정은 최근 독일 내에서 AZ 백신 접종 후 뇌정맥동혈전증(CVST) 의심 사례가 다수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기관인 파울에를리연구소(PEI)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까지 독일에서 AZ 백신을 맞은 270만명 중 뇌정맥동혈전증 증상이 의심된 사례는 총 31명이다. 대부분이 20~63세 여성이었고, 2명은 36세와 57세 남성이다. 이 중 31명 중 9명(29%)이 사망했다.

독일서 AZ 접종 후 뇌혈전 31건…9명 사망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독일백신위원회(STIKO)는 “매우 드물지만 혈전증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례를 기반으로 AZ의 코로나19 백신은 60세 이상에 대해서만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슈판 장관은 같은 날 오후 16개 주정부 측과 긴급회의를 열어 해당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러한 사례들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백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이 믿음은 모든 의혹과 개별사례를 추적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EMA는 AZ 백신과 혈전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파종성 혈관 내 응고나 대뇌정맥동 혈전증 등 ‘희귀 혈전 증상’과의 관련성은 명확하게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던 방역당국, “파악 못했다”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의 환자·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 23일 오후 광주 동구 용연실버빌에서 시설 입소자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의 환자·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 23일 오후 광주 동구 용연실버빌에서 시설 입소자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팀장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의 결정과 관련해 “독일을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제한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진 않다”며 “해외 동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상황인지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AZ접종과 희귀혈전 생성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접종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EMA의 검증결과 등이 근거가 됐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은 “독일 내 1개 주와 캐나다에서 접종 연령을 제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해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1개 주가 아닌 독일 전체에 60세 미만 접종 중단 결정이 난 것과 관련해 “해당 내용까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접종 중단보단 추이 봐야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의 2분기 접종 계획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연령층에 해당해 당장 접종을 중단하는 것보단 일단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발표한 주요 2분기 접종 대상자는 65~74세 494만명과 75세 이상 351만명이다. 2분기 대상자 중에선 ▶학교 및 돌봄 공간 직원 55만명과 ▶64세 이하 만성질환자 10만명 ▶보건의료인과 사회필수인력 121만명 등에 젊은 층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는 대체 백신이 있다. 60세 미만에 대해선 다른 백신 위주로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2분기 접종 대상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추이를 보면서 논의를 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이 정도 수준에서 55세 이하에 대해 금지할 수는 없지만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현재 확률이 100만분의 1 정도라고 하는데 만약 접종자가 늘어나서 뇌혈전 발생 확률이 10만분의 1 정도로 높아지면 접종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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