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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거 있으세요?” 끼어드는 직원이 없다…무인 폰매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들어온 건 기계 한 대였다. ‘웰컴보드’라는 이름이 붙은 기계가 시키는대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패스(PASS)로 본인 인증까지 했다. 바로 QR코드가 문자로 전송됐다. 여기서 나갈 때까지 아이디처럼 쓰이는 코드다.

바로 옆에 있는 업무처리 키오스크로 이동하니 본격적으로 무슨 용무를 위해 왔는지 입력하는 화면이 떴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0초. 낯선 매장 직원과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 받을 필요도 없이, 바로 필요한 용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23일 서울 종로에 문을 연 ‘U+언택트스토어' 1호점. 권유진 기자

23일 서울 종로에 문을 연 ‘U+언택트스토어' 1호점. 권유진 기자

비대면 선호하는 MZ세대 타깃 

23일 LG유플러스가 KT 광화문 사옥과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사이인 서울 종각 한복판에 낸 1호 무인매장 ‘U+언택트 스토어’의 모습이다. 원한다면 직원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고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 유심(USIM) 개통이나 기기 변경 같은 비교적 간단한 업무부터 신규 가입, 번호 이동까지 가입자가 모든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젊은 세대) 직장인이 많은 종각이라는 위치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요 타깃은 MZ세대다. 디지털에 능숙한 MZ세대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때 직원들의 과도한 응대나 권유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임경훈 LG유플러스 컨슈머영업부문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비대면 채널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매장 가운데 있는 휴대전화 체험존. 휴대전화를 올려놓으면(왼쪽) 전면 상단에 2개의 사양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뜬다(오른쪽). 권유진 기자

무인매장 가운데 있는 휴대전화 체험존. 휴대전화를 올려놓으면(왼쪽) 전면 상단에 2개의 사양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뜬다(오른쪽). 권유진 기자

통신사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으면 으레 “필요한 게 있냐”며 묻는 직원의 눈초리가 신경쓰이지만,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매장 중앙에 있는 ‘휴대전화 체험존’을 이용하면 된다. 아이폰12 시리즈부터 갤럭시 S21, 갤럭시Z 시리즈까지 구비된 휴대전화도 다양하다. 결정이 고민된다면 휴대전화 2개씩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표시된 곳에 휴대전화를 각각 올려놓으면 전면에 있는 대형 화면에 2개의 사양을 비교한 자료가 뜬다. 각각의 휴대전화로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실제 사진과 동영상이 화면에 떠 비교할 수도 있다.

셀프개통존에서 원하는 조건을 터치하면서 개통을 진행할 수 있다. 권유진 기자

셀프개통존에서 원하는 조건을 터치하면서 개통을 진행할 수 있다. 권유진 기자

최신폰 비치…‘비교 체험’도 가능해 

마음에 드는 휴대전화를 골랐으면 이제 ‘셀프개통존’으로 이동하면 된다.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개통존에서는 신규 가입부터 번호 이동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다. 할부기간과 요금제, 부가서비스 혜택도 모두 직접 고를 수 있다. “제휴 카드를 만들어 결제하면 얼마가 할인된다”거나 “특정 서비스를 몇 달 유지하면 얼마를 빼 드리겠다”는 강매도 없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원하는 조건을 다 선택하고 나면 QR영수증이 출력된다.

이를 가지고 바로 옆에 있는 무인 사물함으로 가서 리더기에 터치하면 해당 제품이 있는 칸이 ‘달칵’ 열린다. 선택한 휴대전화가 맞는지 확인하고 박스를 뜯어 휴대전화를 손에 쥐면 된다. 바로 옆에는 액정보호필름을 구매하는 자판기와 붙이는 기계도 구비돼 있다.

무인 픽업박스. 60개의 스마트폰과 30개의 유심을 보관하고 있다. 권유진 기자

무인 픽업박스. 60개의 스마트폰과 30개의 유심을 보관하고 있다. 권유진 기자

직원 3명 ‘숨어서’ 근무 중 

키오스크를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곳곳에 있는 ‘직원호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고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던 직원이 등장해 용무를 도와준다. 직원 상담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8시, 주말은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가능하다.

고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는 대면 상담실. 권유진 기자

고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는 대면 상담실. 권유진 기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휴대폰 구매, 단말기 수령까지 모든 업무를 무인으로 선보이는 완전 독립형 무인매장은 이곳이 처음”이라며 “다만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 오거나 이 시설이 오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명의 직원이 고객이 안 보이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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