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신 접종 늦은 유럽, 3차 대유행 위기에 경제전망치 하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하며 이스라엘에선 신규 확진자가 최근 크게 줄고 상점·쇼핑몰 등이 정상 영업하는 등 차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텔아비브 신화=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하며 이스라엘에선 신규 확진자가 최근 크게 줄고 상점·쇼핑몰 등이 정상 영업하는 등 차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텔아비브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수급 차질로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유럽이 3차 대유행에 직면해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치 지형마저 흔들리고 있다.

ING, 유로존 성장률 -1.5%로 낮춰 #100명당 접종 미국 37, EU 12명 #“EU 관료주의가 백신 실패 불러” #이스라엘, 하루 확진 500명대 급감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백신 접종 지연으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ING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을 -0.8%에서 -1.5%로 낮췄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부르크는 유럽 국가들의 봉쇄 정책으로 올해 유로존 성장률이 4.4%에서 4.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가 계속된다면 “(유럽은) 또 한 번의 여름을 잃게 될 것이며, 스페인·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이 2~3%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인구는 미국 37명, 영국 43명이지만 EU는 12명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의 백신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신 정책 실패는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계약해 회원국에 나누어주는 단계부터 나타났다. EU 관료들은 비싸게 사들였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 제약사들과 힘겨루기를 하다 미국·영국 등보다 늦게 계약을 맺었다. 또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승인이 지연된 데다 혈전 부작용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EMA가 지난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접종 보류 국가들이 접종에 나서자 판단 착오로 코로나19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급한 EU는 유럽 대륙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유럽 대륙에서만 사용하기 위해 영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당국자를 인용해 “EU가 네덜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AZ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EU의 백신 실패는 10년 전 유로존 위기를 악화시켰던 EU의 관료주의와 경직성을 포함한 근본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시민들은 코로나19 봉쇄에 지쳐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은 지난 14일 두 곳의 주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이 패배했다. 마스크를 조달하는 공공사업 대가로 여당 정치인들이 뒷돈을 받은 ‘마스크 스캔들’이 CDU의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1월 주세페 콘테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한편 국민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1만 명대에서 지난달 21일 3000명대로 줄었다가 최근 500~600명대로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20일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해 지금까지 인구의 60%가 1회 접종을, 52%가 2회 접종을 완료했다. 다음 달이면 인구의 75%가 접종을 완료해 집단 면역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자 지난달 21일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하고 있다.

임선영·정영교·김홍범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