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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도 ○○때문에”…근로자 울리는 5대 요인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과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2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과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종 경제적 요인이 직장인의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를 울리는 5대 요인을 분석 발표했다.

월급보다 많이 오르는 물가

한경연은 고용부가 실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와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조사를 근거로 직장 근로자의 임금 추이와 밥상물가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근로자 월급총액은 299만원에서 353만원으로 연평균 3.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의 연평균 인상 폭은 3.7%였지만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인상 폭이 1.6%에 그쳤다.

같은 기간 밥상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 지수는 4% 상승했다. 지난달의 경우 파(228%), 사과(55%), 달걀(42%), 고춧가루(35%), 돼지고기(18%), 쌀(13%) 등 식재료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한경연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각국 재정 확대로 경기회복이 빨라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근로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근로자 월급총액과 밥상물가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최근 5년간 근로자 월급총액과 밥상물가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소득보다 세금이 더 늘어

밥상물가뿐만이 아니다. 세금도 월급보다 많이 올랐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실제로 낸 세금)을 비교해보면 25조원에서 41조원으로 연평균 10%씩 늘었다. 근로자 소득 총액이 2014년 660조원에서 2019년 856조원으로 연평균 5% 조금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증가 폭이 배다.

한경연은 정부가 소득세 과세표준을 변경하며 저소득 구간은 유지하고, 고소득 구간은 증세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소득 상위구간을 1억 5000만원, 3억원, 5억원 등으로 세분화해 증세했다. 한경연은 8800만원 이하 과표구간은 2014년 이후 과세구간이 유지되고 있는데, 명목소득이 20%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중산층에게도 사실상의 증세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실업급여

실업급여 재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도 근로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은 201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 폭도 확대돼 지난해 적자 규모는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실업급여 재정이 악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업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얌체근로자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반복 신청한 구직자 수는 2017년 6만642명에서 2020년 7만9454명으로 3년간 30% 이상 늘었다.

실업급여 재정수지 현황.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실업급여 재정수지 현황.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국민연금도 ‘그림의 떡’

근로자가 은퇴 이후 받게 될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불안요소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는 2042년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0년, 고갈 시점은 2054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3세임을 생각할 때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50세 이하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고 32세 이하 근로자는 이마저도 전혀 받을 수 없다. 향후 근로자들이 납부할 보험료는 늘어나고 수령할 보험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급 모아 집 산다?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진 현 상황도 근로의욕을 꺾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7.4%를 기록했다. 서울은 연평균 13%에 이른다. 근로자(지난해 평균 임금 353만원)가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22년 가까이 모아야 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집값이 오르고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이 더욱 커져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근로자의 근로의욕 저하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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