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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 쇼크’ 올해 출생아 40세 때 "월급 60% 연금ㆍ건보료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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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0.84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9년에 이어 또다시 기록을 썼다. 24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0년 출생ㆍ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3만3000명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초(超)저출산 영향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30만2700명)보다 3만300명(-10.0%) 줄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소 기록이다.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출산율 감소에 따라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국민연금 최악 시나리오 보다 0.21명 줄어

2018년 정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4차재정계산’에 따르면 현재 807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1778조원까지 불어나고 이후 빠르게 소진돼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정부는 2057년 기금이 고갈된 뒤에는 소득의 4분의1 가량을 연금 보험료로 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올해 16.8%에서 2068년에는 124.1%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재정 추계는 합계 출산율을 2020년 1.24명, 2030년 1.32명, 2050년 이후 1.38명까지상승 후 지속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당시 2017년과 같은 초저출산(1.05명) 이 지속되는 것을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공개됐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가 심화되어도 기금 고갈 시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기금 고갈 이후 2060년 연금 보험료율이 29.3%로 뛸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 관계자는 “0명대의 출산율이 이어지면 이보다 보험료율이 3%포인트 가량 더 올라갈 걸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0명대의 출산율이 2년 연속 이어지면서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출산율 저하는 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앞당기는데 영향은 적지만 향후 기금 고갈된 뒤의 비용률(기금없이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제도 시 필요한 보험료율)을 급격히 상승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제도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심한 변화가 일어난단 얘기다. 이대로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30~40대 노동 주력 세대가 되는 시기가 되면 소득의 1/3을 연금보험료로만 지출하게 된다. 정부는 2018년부터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는 1%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인구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 한 해 출산율로 연금이 좌우되는건 아니겠지만, 출산율이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0인 상황에서 정부의 연금 추계대로 가는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모두가 알고있지만 아무런 대비하지 않았다. 결국 눈앞에 닥치고 나니까 대책 마련한다고 급급하다”라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늘릴 수는 없는 것이고, 정해진 미래인 만큼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금보다 건강보험이 더 문제다. 연금은 적립기금을 어쨌든 2057년까지 가져가지만, 건보는 시스템상 기금을 유지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롯이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정부는 보장성 강화만 주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60년경 건보 보험료율은 24%, 장기요양보험은 6%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 일하는 세대는 월급을 받으면 60%를 연금ㆍ건보 등으로 낸다는 얘기다”라며 “정해져있는 미래이고 바뀔 수 없다. 제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닥칠 일인데 정치권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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