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바른 美할머니 반전…19년 비행기 몰래탄 '연쇄 밀항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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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월 시카고 경찰에 적발된 마릴린 하트만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1월 시카고 경찰에 적발된 마릴린 하트만의 모습. AP=연합뉴스

19년간 항공권 없이 30번 넘게 몰래 비행기에 탑승한 미국의 한 69세 할머니가 최근 또다시 경찰에 적발됐다.

18일(현지시간) CBS 시카고 및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릴린 하트만(69)은 지난 16일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무단으로 항공기에 탑승하려다가 적발됐다.

하트만의 밀항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CBS 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부터 티켓 없이 비행기에 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트만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갔었고, 두 번째로는 프랑스 파리에 갔었다”고 말했다. 하트만이 밀항 및 항공기 무임승차 등으로 적발된 사례만 22건으로 알려졌고, 확인되지 않은 횟수까지 합치면 30건은 넘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유사 범죄로 인해 하트만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었고, 공항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해 그를 추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트만은 지난 2019년 10월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다가 체포됐고,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저위험 수감자 석방 대상에 포함돼 보호관찰 등 명령을 받고 풀려났었다.

현지 언론은 하트만이 그간 수차례 밀항 등에 성공한 이유는 범죄자라고 보기 힘든 외모, 나이에 공학 직원 및 승무원의 관심을 끌지 않고 ‘유령’처럼 조용하게 떠돌다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단체 여행객 등을 따라 다니면 보안직원이 일행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때때로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탑승권을 줍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트만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해자들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공항 직원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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