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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중국이 국제 질서 훼손" …2+2 회담서 中 콕 집어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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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에서 "기존 국제 질서에서 벗어난 중국의 행동이 국제 사회에 정치·경제·군사·기술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북한 핵문제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안보, 평화 및 번영을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16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 열려 #발표문에 '중국' 적시해 공개 비판 #"北 비핵화 촉구, 동맹 차원서 대응"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예정 #"한미 발표, 중국·북한 언급 강도 주목"

미국과 일본 외교, 국방장관들이 '2+2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외교, 국방장관들이 '2+2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일본에 도착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6일 오후 3시부터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함께 '2+2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동·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 패권을 강화하며 군사·경제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초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양국 장관들은 회담 후 발표문에서 "미일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초석(cornerstone)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 방어에 나설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 확립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발표문에 '중국'을 명시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이 "지역 내에서 강압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최근 해경의 무기 사용을 가능케 한 '해경법'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해서는 이 지역이 미일 안보조약 5조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언급했다.

양국은 또 "홍콩 및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일 외교, 국방장관 '2+2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 오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일 외교, 국방장관 '2+2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발표문에 중국이 직접 거론된 건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조 바이든 정부의 위기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양국은 지난 2019년 '2+2 회의' 공동 발표문에선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것을 우려해 국가명을 적시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쿼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지만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 문제에 대해 양국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결의를 재확인하며,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일본, 한국의 3국 간 협력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을 향해 "잠 설칠 일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한 데 대한 질문을 받은 블링컨 장관은 "북한 위협을 어떻게 돌파할지 동맹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구체적 대응을 자제했다. 이어 "미국의 북한 정책은 모든 가능한 선택지를 두고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인권 문제 등에 동맹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2 회의'에 앞서 열린 모테기 외무상과 블링컨 국무장관의 회담에서는 도쿄올림픽도 거론됐다. 미국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향한 일본의 결의를 지지하며 대회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모테기 외상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미 국무·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아시아를 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회견에서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국무·국방 장관이 함께 일본을 찾은 것은 미일 동맹이 그만큼 중요하단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NHK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이 내걸었던 '미국 제일주의'에서 국제공조를 중시하는 외교 정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했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은 17일 오후 한국으로 이동해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미일 회담 발표문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온 만큼, 한미 발표문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언급이 어느 수준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일관계 전문가인 나카야마 도시히로(中山俊宏)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이번 회담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한 미일의 공통 인식을 확인했다"면서 "이 인식에 한국이 같은 수준으로 함께 하지 않을 경우, 한미일 연계는 상당히 제한된 협력에 국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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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윤설영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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