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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센 백신 반응에 불안···"정보 부족하니 가짜뉴스 판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보름 여 만에 누적 접종자가 60만명에 육박해 전 국민의 1.13%가량이 접종을 마쳤다. 내달부터는 65세 이상 일반인 등을 시작으로 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소통 방식이 우려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양병원 동의율 절반, 어려움 호소”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5일 오후 2시 10분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예방접종 2분기 시행계획을 발표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상반기에 1200만명의 국민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보완해 내일(15일)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에 밝힌 계획에 따르면 2분기 주요 접종자는 850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만 65세 이상 일반인이다. 이외 1분기 우선 접종 대상자에서 빠졌던 치과·한방병원·약국 등의 보건의료인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노인 재가시설(데이케어센터 등) 등의 입소자와 종사자가 포함된다. 당초 지난 1월 발표 때는 없었던 국제선 승무원과 해외 출장 기업인 등도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규모 접종을 앞두고 발열과 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접종자들은 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14일까지 신고된 접종 후 이상 반응은 누적 8520건으로, 98.9%는 예방접종을 한 뒤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 두통, 발열, 메스꺼움 등 경증 사례이며 대부분 특별한 처치 없이 2~3일 안에 사라진다고 당국은 설명한다.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접종센터. 뉴스1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접종센터. 뉴스1

그러나 경증 이상 반응의 강도가 예상보다 셌다는 경험담이 곳곳에서 전해지면서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시작될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 환자 접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한 요양병원 종사자는 “접종 후 39도의 고열로 고생했다. 동료 3~4명이 고열을 겪었고, 나머지는 근육통과 오한이 심하게 와서 이틀간 앓았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데 중증환자가 많아서 안 맞는다고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우려로 동의율이 절반 정도라며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썼다.

특히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혈전(혈액 응고)이 생겼다는 보고 때문에 특정 제조단위의 백신 물량 등을 일시적으로 사용 중단하겠다는 소식이 나와 불안감이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는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고 정부도 13일 브리핑에서 “국내 이상 반응 중 혈전은 없었다. 유럽에서 신고된 일련번호의 백신은 수입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 소식을 공유하며 “65세 이상 심혈관질환자는 맞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머니가 70세 고령이고 혈전방지약인 와파린을 장기복용 중인데 너무 걱정된다” 식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보건소에 보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병.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보건소에 보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병. 연합뉴스

이런 우려 속에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될 경우 현장에서의 혼란은 더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소통에 소통 전문가 참여시켜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제공해 신뢰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부작용은 가볍게 지나가고, 감염에 의한 증상과 후유증보다 훨씬 덜 심각하기에 백신 접종은 이익”이라면서도 “부작용을 겪는 당사자에겐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니 경증 이상 반응에 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경우 단순 통계만 공개할 게 아니라 개별 사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괜찮다’고만 할 게 아니라, 아나필락시스(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 의심 사례나 경련, 사망 등에 대해선 자세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경련은 특히 신경계 합병증을 시사하기 때문에 중증 중에서도 심각한 이상 반응일 수 있어 전문가들도 관심이 많은데 정보가 없다. 의구심이 줄지 않고 가짜뉴스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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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아주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는 페이스북에 “(정부의) 이상 반응 보고 방식이 단순해 정보를 얻기 부족하다. 위기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많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65세 이상에서 놔줘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안심시킬 수 있는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연령대에 따른 이상 반응 정도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백신 전문가뿐 아니라 소통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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