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올림픽 선수, 中백신 맞힌다"…日 "논의 없었다" 곤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참가자에게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자칫하면 중국의 '백신 외교'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바흐 위원장 "IOC가 비용 부담해 중국 백신 구입" #日 "백신 없이도 안전한 올림픽 치를 것" 강조

10일 개막한 IOC 총회에서 연설하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10일 개막한 IOC 총회에서 연설하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총회에서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올해 도쿄 여름올림픽과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에게 중국산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우리는 연대라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 이 제안에 감사한다"면서 "IOC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현재 올림픽 참가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가능하면 자국에서 백신을 맞고 일본으로 출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방침은 자국 상황에 따라 백신을 미처 접종하지 못한 올림픽 선수단과 관계자가 있을 경우, IOC가 구입한 중국산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현재 자국 제약사 시노백과 시노팜이 만든 두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일본은 당황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IOC와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백신을 전제로 하지 않고도 안전·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한 의료종사자(왼쪽)가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한 의료종사자(왼쪽)가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은 현재까지 자국 올림픽 대표선수와 관계자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백신 총책임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은 "백신 접종 일정에 올림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접종 일정대로라면 올림픽이 열리는 7월까지 선수들이 백신 접종을 마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럴 경우 IOC의 권유에 따라 일본 선수들이 중국산 백신을 맞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은 12일 "바흐 회장의 발표는 중국 백신이 승인된 국가에서의 접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접종 여부는 (중국) 백신이 승인된 국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칙적으로 일본의 선수들은 (중국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올림픽 해외 관객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은 11일 밤 회견에서 "해외 관객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협의를 계속해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3월 25일까지는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