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조립라인 생산인력 12%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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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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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3월 말부터 울산 1공장에서 양산하는 아이오닉5에 투입할 생산 인원수(맨아워·Man Hour)에 10일 합의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보다 인력이 덜 필요한 전기차 생산에 기존 인력을 거의 그대로 배치하기로 해 생산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 울산1공장 생산 합의 #내연차 비해 부품 28% 줄었는데 #800명 중 100명 전환, 생산성 우려

현대차 노사는 울산 1공장 2라인 근로자 800명 중 100여 명에게 조립라인이 아닌 다른 일을 맡긴다는 데 합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기존 아이오닉5 의장 조립라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엔진·변속기 공장 인원 감축은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공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존 인력을 그대로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 울산 1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 Unit per Hour)도 3% 낮췄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합의로 아이오닉5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나아가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이오닉5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덩어리(UPG·완성차의 부품 단위)는 360개다. 내연기관 차(약 500개)의 72% 수준이다. 내연기관 전용 UPG인 엔진·변속기·연료·흡기 계통 등 180개가 빠지고, 모터·감속기·전장 등 35~40여 개의 전기차 전용 UPG가 새로 추가된다.

이처럼 조립 공정이 감소하는데도 인원 조정이 소폭에 그친 것은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울산공장 일부 조합원은 지난 1월 한때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생산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는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감 감소에 대비해 정년퇴직자를 대체할 새로운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약 20%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한 상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공정 자체가 단순화됐기 때문에 인력 감소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조정 없이)이렇게 가게 되면 생산 효율성,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전문가인 차두원 씨는 “GM 등 해외 완성차업체는 구조 조정을 하는 데 반해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생산 공정에 맞는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타격”이라며 “전기차 전환과 고용 인원,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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