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약선] 어혈 푸는 홍화꽃, 노화 막는 홍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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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월께 농염한 붉은 꽃이 핀 뒤 요즘 한창 씨가 익는 국화과(科) 식물이 있다. 잇꽃.홍람화(紅藍花)라고 불리는 홍화(紅花)다. 옛 여인들은 이 식물의 색소인 홍소(紅素)를 혼례 때 얼굴에 바르는 연지의 원료로 썼다. 홍소는 무명이나 비단을 붉게 물들이는 염색제로도 쓰였다.

요즘도 홍화의 꽃과 색소는 어엿한 약선이다. 한방에서 홍화 꽃은 어혈(瘀血)을 풀고 생리통을 덜어주는 약으로 처방한다. 임신한 쥐에게 홍화 꽃잎을 먹였더니 일부가 유산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파혈(破血)의 결과라는 것이 이 연구를 수행한 분당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의 분석이다. 따라서 임신부에게 홍화는 금물이다. 그러나 출산 뒤에 먹으면 자궁에 고인 피를 깨뜨려 없앨 수 있다.

홍화는 씨도 '물건'이다. 꽃은 한약재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반면 씨는 건강식품의 원료로 주로 쓰인다. 최근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씨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씨의 껍질은 꽤 딱딱해 집에서 가루 내 먹기가 쉽지 않다. 대개는 볶거나 기름을 내 먹는다. 홍화차.홍화주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문광덕 교수팀에 따르면 국산 홍화씨의 지방 함량은 약 15%로 중국산(약 32%)의 절반 정도다. 게다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 비율이 83% 이상이다. 특히 리놀산 함량(전체 지방의 74%)이 식용유 중 가장 많다. 이 지방은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지방으로 비타민 F라고 불린다.

리놀산 등 불포화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예방.치료해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선한'홍화 기름일 때 얘기고, 지방의 산패가 일어난 오래된 기름에선 혈관 건강을 해치는 포화지방 비율이 급증한다(부산 동의대 식품영양학과 최성희 교수).

또 홍화씨엔 노화를 막아주고 생식 기능을 증강하는 비타민 E(토코페롤)가 100g당 11㎎이나 들어 있다. 그래서 '비타민 E와 F가 홍화씨의 인기 비결'이란 말까지 생겼다.

홍화씨는 또 뼈가 부러진 사람, 골다공증 등 뼈질환 환자에게 권장된다.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필수 미네랄인 칼슘과 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화씨에 백금이 많아 뼈를 튼튼히 해준다'는 속설은 경북대의 조사에선 일단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다.

홍화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산 등 수입 홍화씨도 많이 들어왔다. 물에 담갔을 때 뜨면 국산, 가라앉으면 수입산이란 간단한 공식이 있긴 하나 절대적인 잣대는 못 된다. 씨알이 작으면 국산, 굵으면 수입산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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