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 역전의 꿈, 필라델피아 이지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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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지태

이지태

투수 이지태(20·사진)가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하고 야구 인생 역전을 꿈꾼다.

체격 좋고 성실, 마이너부터 도전

필라델피아가 최근 공개한 국제 계약 선수 명단에 포철고 출신 이지태가 포함됐다. 2020년 KBO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그는 ‘재수’를 거쳐 미국에서 기회를 잡았다. 계약금은 1만 달러(약 1000만원)로, KBO리그 선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지태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지태의 장점은 체격이다. 키 1m89㎝, 몸무게 100㎏인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한다. 코로나19로 훈련을 제대로 못 할 때도 거의 매일 했다. 무게를 늘려갈 때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윤석 필라델피아 스카우트는 “좋은 체격과 최고 시속 149㎞의 구속이 매력적이다. 성실하다. 제구력을 가다듬으면 가능성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평탄하지 않은 야구 인생이었다. 경기 수원 출신인 이지태는 덕수중을 거쳐 서울고에 진학했다. 서울고는 프로팀 지명 선수가 6명일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기회가 없었다. 3학년 때 포철고로 전학했지만, 프로행은 좌절됐다. 그는 “대학 진학보다 1년 뒤를 생각했다. 부모님 격려 덕분에 마음 편하게 운동했다”고 말했다.

이지태는 포기하지 않았다. 독립리그에도 잠시 몸담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개인훈련으로 프로행의 꿈을 이어갔다. 그런 그에게 필라델피아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팀 테스트도 줄었다. 그런데 필라델피아에서 계약을 제안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지태 앞이 꽃길은 아니다. 울퉁불퉁 험한 길이 놓여 있다. 유망주 수십 명과 경쟁해야 한다. 그는 “두렵지 않다.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리그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루키리그가 열릴 거라고 들었다. 그때까지 국내에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편이다. 그래도 5~6년 정도 성장하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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